올해만 7차례 조현병 의심 증세로 치료
"20년 전부터 과대망상 등 정신질환 앓아"

대구 인터불고 호텔 방화범이 평소 과대망상증 등 여러 정신질환까지 앓던 상황에서 마약까지 투여한 후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수성경찰서는 16일 방화범 A씨(55)에 대해 현조건조물방화치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 24분께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 별관 1층 휴게실에 불을 질러 재산피해를 내고, 투숙객과 종업원 등 2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5시께 ‘누군가 너를 죽이러 쫓아온다’, ‘호텔에 가서 불을 질러야 한다’는 환청을 들었다.

이후 동대구 IC 인근 한 주유소를 찾아 15∼20ℓ 용량의 기름통 8개에 휘발유를 채웠고, 부모가 거주하는 경산지역을 잠시 들린 뒤 다시 호텔로 이동해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시간은 1분 내외였다.

호텔 별관 1층 휴게실과 주차장 거리는 불과 10여m로 A씨는 순식간에 기름통 6개를 옮긴 후 불을 질렀다.

손에 불이 옮겨붙어 놀란 A씨는 현장에서 벗어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대원에게 “내가 불을 지른 사람을 안다”고 외쳤다.

하지만, 병원으로 후송되던 과정에서 A씨는 “내가 불을 질렀다”고 진술을 바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횡설수설하는 등 범행 당일에는 정확한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A씨가 과거에도 마약을 투여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소변 간이검사를 진행했고, 마약류에 대한 양성반응을 얻어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1일 과거 교도소에서 만난 지인에게서 ‘필로폰’을 얻은 후 대구 모 호텔에서 가루 상태에서 복용했다.

또 A씨 본인과 가족들은 “20년 전부터 과대망상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지는 않았다.

과거 부모와 이혼하기 전 A씨 부인이 장기입원을 권유했으나 A씨는 답답하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을 계속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통원치료와 함께 약을 처방받으며 살았고 지난달 17일 마지막으로 약을 처방받는 등 올해에만 총 7차례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범행 당일까지 총 48차례 호텔을 찾았다.

그는 호텔 카지노 관계자와 고향 친구 사이로 방문할 때마다 2박 3일 정도 머물렀다.

카지노 관계자는 A씨가 환청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면 술자리를 가진 후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거나 병원으로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기도 했다.

A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살았다.

공장 등을 다니며 받은 월급 약 150만 원과 과거 부인과 함께한 부동산중개업과 식당 운영 등을 통해 벌었던 돈으로 생활했다.

범행에 이용한 차량은 지인의 것으로 과거 빌려줬던 돈 대신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차량 내에서 발견된 공구 등에 대해 자해를 목적으로 마련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변호사 입회하에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화재 당일 호텔에 투숙했던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진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성경찰서 안재경 형사과장은 “화재경보기가 울렸는데, 3층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전체 투숙객을 상대로 조사하려 한다”며 “A씨는 조사를 마치면 오늘(16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호텔 화재 당시 소속 시설관리 직원 2명이 건물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벌이는 등 조속한 초동조치로 대형 사고를 예방했다고 밝혔다.

이날 객실에서 투숙 중이던 41명 가운데 4명이 스스로 대피했고, 37명은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대피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22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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