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의 세상이야기] 배고프면 ‘지존’도 눈에 없다
[유천의 세상이야기] 배고프면 ‘지존’도 눈에 없다
  •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 승인 2019년 05월 16일 16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17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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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김정은의 허세가 몸부림을 치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의 비핵화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때부터 사용해온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해 봤으나 미국에 약효가 먹혀들지 않자 이제는 ‘허세’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지난 12일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북남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이 주변 환경에 얽매여 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써 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북남관계의 큰 진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식량지원을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인도주의’라는 표현에서 식량지원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식량지원을 가지고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인도적 지원행위를 한갓 ‘호들갑’으로 치부하고 있어 ‘보릿고개로 식량난’을 겪는 한이 있어도 식량지원보다 더 큰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요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정은에겐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주민들의 ‘배고픔’보다는 통치자금과 핵 개발비로 사용할 달러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 12일 ‘진정한 태도와 올바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조선이) 승인이니 제재의 틀이니 하면서 외세에 협력사업에 대한 간섭의 명분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는 역사적인 북남선언을 고수하고 이행하려는 원칙적인 입장과 자세와 관련된 문제”라며 “(개성공단 재개를 늦추는 것은)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 개선에 모든 것을 복종시킬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여기에서도 김정은이 개성공단 재개에 목을 매는 것은 통치 자금과 핵 개발비로 사용할 달러 조달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미 싱크탱크 클레어몬트 연구소 40주년 축하행사 연설에서 “우리의 대북 외교는 우리가 두 번 다시 북한의 핵 파일을 또 열어볼 필요가 없도록 분명히 하는 데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과거 전임 정권의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추가 핵 생산과 외교적 실패로 이어졌다”면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이같은 발언은 앞으로 김정은의 ‘벼랑 끝 전술’이나 ‘배고픈 자의 허세’같은 소리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김정은의 목을 최대한 조르는 강경정책을 고수할 의지를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북 매체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북 식량지원 사업을 할 의지를 보이고 있어 미국측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 후 양국 발표에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시간대에 발표한 백악관측의 발표 내용에는 대북식량 지원 관련 내용은 없이 대신 청와대 발표에 없었던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미국측의 의중 역시 변수다. 백악관은 이번 한·미 정상 간 통화에 대해 발표를 하면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량의 식량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지금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김정은이 식량을 받으면 아낀 돈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가는 미국의 인도적 지원은 지금까지 영·유아나 임신부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해왔기 때문에 식량지원을 대량으로 하는 건 심사숙고를 해볼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식량지원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도 북한측이 허세를 고집하면 춘궁기를 맞은 북한 주민들이 아사 직전에 놓이게 되면 그들의 눈에 ‘최고 지도자’의 존재도 보이지 않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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