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순회취재팀장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6년 동안 유소년 오페라합창단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활동한 딸을 성악가로 키우고 싶었다. 소질이 보여서다.

대구국제오페라 축제 때 ‘라 보엠’ 등에 아역 등으로 출연한 딸은 유수의 소프라노들과 함께 연습하며 종합 무대예술의 궁극인 오페라의 참맛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딸은 “아빠, 주인공 언니 노래 실력 소름 끼쳤어.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니처럼 멋진 소프라노가 될 수 있겠지” 라면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최상의 성악가를 눈앞에서 마주하면서 연주실력을 직접 접할 기회를 얻은 딸은 몹시 기뻐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유스오페라콰이어’에서 활동한 딸은 오페라 이론부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라는 실제까지 모두 접할 수 있었기에 성악가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딸 덕분에 아내와 적지 않은 오페라를 접했다. 오페라를 알기 시작하니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조수미와 같이 노래라는 날개로 전 세계를 누비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하고 싶었다.

유네스코가 창의음악도시로 선정한 대구는 누구나 인정하는 오페라의 도시다. 그런 대구가 이번에 큰일을 해냈다. 올해로 17번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여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국제콩쿠르인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를 마련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의 위상은 심사위원의 면면에서부터 입증됐다.

오스트리아 빈의 오페라하우스인 슈타츠오퍼는 항상 매진행진을 기록하기에 야외 전광판을 통해서라도 공연을 보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2010년 9월부터 이 극장을 이끄는 도미니크 메이어 극장장은 문화마케팅의 대가로서 프랑스 문화통신부 내각에 참여했고,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의 총감독에 이어 통신미디어부 장관까지 거쳤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스위스 로잔 오페라 극장에서 총감독으로 활동한 뒤 1999년부터 11년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예술·총감독을 역임했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페터 에델만을 비롯해 독일 본 극장의 예술감독 카롤린 빌퓌츠,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예술감독 비요른 페터스, 독일 쾰른 오페라하우스 극장장 비르기트 마이어,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극장의 예술조감독 비비아나 바리오스, 미국 LA 오페라 극장의 수석예술감독 조슈아 위노그레이드 또한 DIOA 본선 심사위원으로서 오페라 스타 선발을 예고하고 있다.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세계적인 극장의 극장장과 예술감독들에게 젊은 성악가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했다.

15개국 92명의 지원자가 오스트리아 빈과 베를린에서 유럽예선, 대구에서 아시아예선을 거쳤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스페인, 스웨덴, 러시아, 이란, 미국 등 8개국 출신의 실력파 성악가 20명이 8월 28일부터 열리는 제1회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에서 치열한 본선 경쟁을 펼친다. DIOA는 젊은 성악가들에게 해외 유명 극장 진출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본선 경연 후 1~3위 입상자에게 소정의 상금을 주기는 하지만, 순위 입상 여부와 상관없이 심사위원들이 각 극장의 시즌 오페라 주·조연으로 선발해가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마켓’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시아 최초로 마련했다. 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DIOA는 세계 오페라계의 주류를 이루는 최고 극장 무대에서 활약할 성악가들에게 발판이 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성악계 올림픽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스오페라콰이어’가 딸에게 성악가의 꿈을 심어 줬듯이 대구의 DIOA는 세계 젊은 성악가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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