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매입해 임대 주거안정·건설경기 활성화 일석이조 효과
현행법상 규모 제한 풀어야 가능…'특별법 반영' 목소리 고조

지난달 24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포항지진과 관련해 시민과 대화에 나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박명재 국회의원(오른쪽) 얘기를 듣고 있다.연합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포항지진특별법을 발의한 데 이어 청와대가 포항지진특별법 청원에 대해 적극 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피해주민 주거안정을 위한 현실적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당과 미래당이 발의한 특별법안을 들여다 보면 큰 틀에서의 피해 배·보상, 지진 극복 및 도시발전 방안들이 담겨 있다.

문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피해자 주거안정대책 중 임대주택 건설계획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변화를 통해 실질적인 주거안정 및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흥해지역을 지진특별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 중 지진피해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사업으로 완파 피해자에 대한 토지 보상과 반파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순환형 임대주택 제공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토지보상비 144억원을 확보하는 한편 LH공사와 순환형 임대주택 사업규모에 대해 의논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순환형 임대주택은 LH측이 100가구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포항시는 소파 피해자를 비롯 지진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일부 주택들이 실제 거주가 쉽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1000가구 정도로 확대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흥해읍 지역에 1000가구에 이르는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포항 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흥해 지역은 물론 포항 전체가 건설건축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활성화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항시가 집계한 지난 4월 말 현재 포항지역 아파트 미분양 현황을 보면 준공을 받고도 분양하지 못한 곳만 718가구, 미준공 아파트를 포함하면 1355가구에 이른다. 이중 흥해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만 311가구에 달하며, 이는 건설업체들이 발표한 공식 수치일 뿐 실제 미입주 아파트는 이 수치의 2배~3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흥해지역 내에 아파트 신축 사업 승인을 받아 놓고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6개 사업지구 7000여 가구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즉 아파트 분양시장 자체가 사실상 무너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또 다시 1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신축할 경우 지역 아파트 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 역시 LH공사의 임대주택을 이용할 경우 선택의 폭도 좁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 한계로 인해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현행 임대주택은 크게 국민임대주택·영구임대주택·공공임대주택 등으로 나뉘어 진다.

이중 국민임대 및 영구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용면적 제한(국민임대 66㎡·영구임대 42.6㎡)을 받게 된다.

공공임대주택은 크기 제한은 없지만 전용면적 85㎡를 넘을 경우 임대료가 시세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공임대주택은 5년간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는 것 외에 집값의 30%를 먼저 낸 뒤 10년 분납금과 임대료를 내면 자기 집으로 만들 수 있는 분납 임대와 50년 임대 등 다양한 선택의 폭이 있다.

즉 국민·영구임대의 경우 규모가 너무 작아 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공임대형으로 추진하게 되면 피해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경우 임대희망자 뿐만 아니라 완파피해자들도 입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흥해지역에만 1000가구에 이르는 임대주택을 신축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아파트시장이 완전히 폐허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LH공사 등이 기존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임대 분양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기존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아파트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추진이 쉽지 않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포항지진특별법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지진 피해주민들의 보다 안정적인 주거환경 확보와 지역 아파트 시장 과잉공급으로 인해 문제점 해소, 주거이전으로 인한 주민 이탈 예방 등이 가능한 미분양 아파트 구입 후 임대전환 방안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피해주민들의 최단 시간 내 주거안정과 형편에 맞는 다양한 크기의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해소되면 또 다른 건설경기 활성화도 예상되는 만큼 일거양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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