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포항시와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온 포스코에 대해 포항시민들이 섭섭해 하고 있다. 포스코가 신규투자를 포항보다 광양에 집중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소재산업과 연계되는 ‘침상코크스 포항공장’ 무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 같은 섭섭함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스코가 지난 2004년 이후 15년 간 포항제철소에 1조9297억 원을 투자한 반면, 광양제철소에는 3조90억 원을 신규투자했다. 포스코는 올해 광양에 양극재공장을 신축하고, 세종시에 음극재공장을 신축하는데 비해 포항에 투자키로 했던 ‘침상코크스 공장’마저 무산되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이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을 만나 지역민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도 20일 서울 포스코센터를 방문,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경영진을 만나 포스코의 포항투자 계획을 듣고, 투자를 촉구할 것이라 한다.

포항시민들이 포스코에 섭섭해 하는 것은 단순히 포항과 광양의 투자금액 차이 때문이 아니다. 그간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포항 투자에 대한 각종 장밋빛 계획을 밝혔는데 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상생협력 강화 업무협약을 맺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약속했다.

양해각서에는 포항블루밸리국가산단에 빠른 시일 내 입주할 수 있는 신소재, 신성장산업을 적극 발굴해 향후 3년 이내 용지 매입, 방사광가속기 등 첨단 R&D(연구·개발) 장비와 연구 시설을 활용한 바이오산업 등 신산업투자,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사업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소비촉진 등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약속에 비해 포스코의 포항 투자가 미온적이라는 데 시민들이 불만이 높은 것이다.

특히 포항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포스코의 투자가 광양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지만 에너지 소재산업과 화학 등 포스코의 미래사업과 관련된 투자가 외지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간 포스코가 포항에 투자한 상황을 보면 파이넥스공장, 아연도금강판공장, 4선재공장 신설 등으로 철강산업에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광양 신규투자의 경우 후판공장, 페로니켈공장 설립 등 철강 분야와 합성천연가스공장, 리튬생산설비 공장, 마그네슘 가공공장 설립 등 신산업 분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철강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을 집중적으로 배출하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행위를 해 온 사실이 밝혀져 포항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 투자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구체적 이행계획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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