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낀 한흑구문학비…포항시, 수필문학 대가 관리 허술
이끼 낀 한흑구문학비…포항시, 수필문학 대가 관리 허술
  • 곽성일 기자
  • 승인 2019년 05월 20일 17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21일 화요일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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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흑구 문학비 입구에 산불조심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포항에서 활동했던 한국 수필문학의 대가 고 한흑구문학비가 찾는 사람이 없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포항시 송라면 내연산 입구에 자리 잡은 한흑구문학비는 이끼가 끼어 비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치돼 문학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학비 입구에는 산불조심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어 문학비가 있는 곳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흑구문학비는 내연산 등산로에서 조금 비껴진 보경사 서운암 가는 길옆에 있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고 있다.

포항지역 문인들에 따르면 이 문학비는 지난 1982년에 포항문인협회 주관으로 지역 유력인의 기부로 건립됐으나 이후 지금까지 37년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애초 이 문학비 건립장소를 놓고 한흑구 작가가 주로 활동을 했던 동빈동이나 송도 솔숲에 건립하기로 했으나 부지 마련을 못 하다가 영일군수가 보경사의 협조를 얻어 이곳에 건립됐다.

당시 건립 후 기부채납 형식이었으나 관리 주체가 없어 방치된 상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처럼 관리가 어렵게 되자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 문인들이 문학비를 내연산에서 환호공원으로 이전하기 위해 포항시의회와 협의를 했으나 이전과 신축비용이 같게 산정돼 뜻을 이루지 못했다.

포항시 송라면 내연산 입구에 자리 잡은 한흑구문학비가 이끼가 끼어 비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치돼 문학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흑구 작가는 광복 후 1945년 월남해 수필 창작에 주력하면서 1948년에 서울에서 포항으로 거처를 옮겼으며, 이 무렵부터 ‘최근의 미국 문단’(1947)·‘이마지스트의 시운동’·‘흑인문학의 지위’(1948)·‘윌터휫트맨論’(1950) 등 미국문학 및 작가론에 대한 평론을 발표했다.

특히 ‘동광’·‘개벽(開闢)’ 등에 흑인의 시를 최초로 번역, 소개한 대표적인 전신자(轉信者)로 일컬어진다. 저서로 ‘현대미국시선(現代美國詩選)’을 편역해 1949년 선문사(宣文社)에서 출간했다.

‘하늘’·‘바다’·‘사랑’(1949)을 위시해 ‘눈’·‘보리’(1955), ‘노년(老年)’(1965), ‘갈매기’(1969), ‘겨울 바다’·‘석류(石榴)’(1971), ‘들밖에 벼향기 드높을 때’(1973), ‘흙’(1974) 등 100여 편의 수필을 남겼다.

수필집 ‘동해산문(東海散文)’(1971)과 ‘인생산문(人生散文)’(1974)을 각각 일지사(一志社)에서 출간했다. 1958년부터 포항 수산초급대학(현 포항대)의 교수로 재직하다가 1974년 같은 대학에서 정년 퇴임했다.

자연물로부터 소재를 가져온 그의 작품은 서정적인 문장과 산문시적 구성으로 아름다움의 진실을 추구하고 있으며, 생명의 존엄성과 다른 생명체와 동등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겸손에 관심을 표명했다.

시적 구성의 아름다움과 작품에 일관하는 인생에 대한 관조는 한국 수필문학이 창작 문학의 본령으로 자리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항시 송라면 내연산 입구에 자리 잡은 한흑구문학비가 이끼가 끼어 비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방치돼 문학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일광 동화작가는 “한국 수필문학에 큰 족적을 남긴 한흑구 작가의 문학비가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어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문학비 관리 주체를 정해 제대로 보존해 문학 애호가와 지역민들이 많아 찾아오는 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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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사회1,2부를 총괄하는 행정사회부 데스크 입니다. 포항시청과 포스텍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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