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운 후배들 돕고자 했을 뿐"

20년간 선행을 해 온 권호경 대구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 담당 팀장. 박영제 기자

지난 19일 대구시 중구 2.28 기념 중앙공원에서 열린 제31회 대구시 청소년대상 시상식에 대구지방국세청 권호경(48)납세자 보호 팀장이 참석했다.

28년 전 제3회 청소년 대상의 주인공이기도 한 권 팀장이 이날도 수상자 학생에게 30만 원의 격려금을 건넸다. 그의 이 같은 선행은 공무원을 시작한 이래 2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격려금은 1회에 30만 원에서 50만 원. 자신의 월급 봉투에서 떼어낸 것이다. 수상 당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대구시로부터 받은 대상 시상금이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후배 수상자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지금까지 조용히 지원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언제부터 격려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나.

△“1991년 세무대학 1학년 재학 중 대구시 3회 모범 청소년 대상수상자로 선정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제대 후 첫 발령지인 1997년 동대구세무서에서 근무하면서다. 후배 수상자에게 격려금 전달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선행을 하게 시작하게 된 계기는.

△“97년도 98년도에 할 때에는 실제로 그때는 상금이 나왔다. 당시 보니까 대상 받은 학생은 해외연수도 가는 등 나름대로 혜택이 많았다. 그런데 효행상이나 노력상 받은 아이들 보니까 못 살지만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중에 저가 커서 훌륭한 시민이 되면 후배들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면 후배들도 저 처럼 같이 기부문화에 동참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 질 거 라 생각했다.”

-91년도 대상을 받으실 때 가정환경은 어떠했나.

△“그때 많이 안 좋았고 어려웠다. 힘들었을 때다. 방 2개 짜리 월세방에서 살았다. 당시 통장님이 대구시 청소년 대상 후보로 추천 해주셨다. 그리고 대상자로 선정해 준 대구시도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 고향은 의성 안계이다. ”

-샐러리맨으로 해마다 수십만 원 씩 내 놓는다 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월급통장에서 빼서 주고 있다. 앞으로도 잘 됐다 싶다. 제가 올해 초에 모범 공무원이 됐다. 모범 공무원이 되면 3년 동안 계속 한 달에 5만 원씩 수당이 나온다. 앞으로도 내년이나 그 다음해에도 제가 그런 수당을 받으니깐 학생들에게 줄 수 있다.”

-선행 사실이 모친에게 들통이 난 적 있다면서요.

△“처음 격려금을 줬던 학생의 아버지가 저의 주소를 알아서, 저의 어머니 이름 앞으로 포도 주스를 보내는 바람에 격려금 지원 사실을 어머님이 알게 됐다.

50만 원씩 2명에게 줬다. 그때 당시 큰 돈이었다. 어머니가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왜 그렇게 했냐 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부모님 모르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해 부터는 제가 직접 전달 안 하는 대신 대구시청에 갖다 주기도 했다. 격려금을 줄 대상 학생은 제가 공적을 보고 진짜 어려운 학생을 제가 선정했다.

- 지원해 준 학생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최근에 했던 사람들은 다 기억에 남는다. 5년 전 쯤 인가 어느 학생 같은 경우는 자기의 꿈이 방송국 PD나 기자나 하고 싶다고. 그래서 제가 그때 PD가 친척 중에 계셔서 고종사촌 동생이 PD 가 되는 책을 쓴 게 있어서 책도 같이 주면서 격려금 50만 원을 준 기억이 난다. 지금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후배 청소년들에게 부탁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대구 시민으로 성장하고 그 시민이 된 이후에는 본인 말고 다른 주위에 청소년들이라든지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대구 시민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에서 저도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