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민생투쟁 25일 종료…추경연계 의사일정 합의 가능성
평화·정의 소외돼 '불편한 심기'…타결까지 막판 진통 불가피할듯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가 이번 주말을 전후로 본격적인 국회 정상화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원내대표 간 ‘맥주 회동’으로 공식 대화 채널을 복원한 여야가 모처럼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어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민생투쟁대장정이 25일 광화문 집회로 종료되고 6월 임시국회가 자동으로 소집되는 만큼 여야는 일요일인 26일부터 본격적인 국회 정상화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한국당이 격렬한 대치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3당 원내대표는 조속한 국회 정상화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번 주말이 지나면 국회 정상화 방안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회정상화를 위한 각당의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국회 정상화 조건을 놓고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과·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의견차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고리로 여야가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다만 추경안 처리를 위해서는 ‘감액’을 주장하는 한국당과 ‘원안’을 고수하려는 민주당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오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추경안을 내놓고 국회를 열어 심의를 해달하고 하는 등 여론전을 하고 있다”며 “상임위별로 추경을 받아야 하는 것과 절대 못 받을 것을 정교하게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 주요 당직자들이 정부의 추경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여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더니 마이너스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을 말하는데 상황인지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거나 며칠 전 이야기도 기억 못하는 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이 그리 시급한 상황이면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쓸 수 있는 예비비를 먼저 집행해도 되는데, 이런식으로 촉구하는 것은 여론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정상화 협상 조건이 추경안으로 압축될 경우 추경안 중 4조5000억 원 규모의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지원’ 분야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경기대응용으로 편성한 4조5000억 원을 전액 삭감하고 미세먼지 대응 예산 2조2000억 원만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최근 내부적으로 추경안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4조5000억 원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4조5000억 원 중 일부 삭감으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에 대비해 삭감할 예산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또, 물밑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에 대한 사과뿐 아니라 다음 달말 종료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해 여야 합의 처리가 전제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개특위·사개특위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개특위에서는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사개특위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각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상태다.

이와 관련,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두 특위의 기간 연장 문제가 논의됐다고 소개하고 “연장 문제를 갖고 밀고 당기며 다른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각 상임위로 보내 패스트트랙 취지에 맞게끔 협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3당 교섭단체 협상에서 소외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등이 여야 5당이 아닌 3당의 틀에서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평화당과 정의당을 제외하고 여야 3당만의 호프 회동을 가진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진정한 협치와 상생의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전향적 자세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국민을 우롱하고 국회를 농단한 세력과 호프집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잘못을 탓하고 바로잡기는커녕 그들에게 오히려 러브콜하는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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