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끝으로 돌아가는 돌덩이가 있다
돌 속에서 꽃봉오리 같은 두 손이 불거져 나왔다
합장한 손이라 했다
돌마다 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은 듯 흔들리는 촛불같이
돌은 위태로운 손을 숨기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기도나 하고 있을 거니?
돌은 그때쯤 목소리도 낸다
놀란 손은 제 몸 전체를 다시 눈덩이로 뭉칠 듯이
손가락부터 갈퀴를 붙인다
돌에서 심장이 불거지기도 하고
둥근 배에서 발뒤꿈치가 솟아 올라오기도 한다
돌의 태교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옆에 서있던 돌사자가 사람같이 웃고 있다
나만 웃을 줄 모르는 돌




<감상> 불심이 가득한 사람은 돌 속에, 바위 속에 이미 부처의 모습이 내장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간절하면 돌은 생명력을 얻습니다. 간절함이 기도로 나타나므로 손은 합장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손가락에서 꽃잎 같은 갈퀴를, 둥근 배에서 발뒤꿈치를 쑥 내밉니다. 당연히 돌은 심장을 갖게 되고 새 생명을 잉태할 것이기에 태교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신라 석공(石工)은 아마 손보다는 바위 속에서 코를 먼저 솟아 올라오게 했을 겁니다. 먼저 아름다운 코로 숨을 내쉬어야 하니까요. 그 코를 본 석공은 당연히 웃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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