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1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1조 원 벤처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날 정부와 포스코가 손잡고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야심차게 출발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 계획과 판박이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 설립 당시 벤처창업 플랫폼을 통한 창업 활성화, 민관공동투자기술개발사업을 통한 강소기업 육성, 창업 지원의 표준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날 발표한 ‘포스코 벤처플랫폼’ 운영 계획은 포항과 광양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연구·투자유치, 기술교류 등을 유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벤처밸리’ 조성과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 했다.

먼저 포스코그룹 기술사업화를 목표로 포항과 광양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벤처밸리 사업은 포항창조경제센터와 포스텍, RIST 등 R&D인프라를 기반으로 포항 인큐베이팅센터와 광양지식산업센터가 핵심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가속기연구소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의학 벤처기업에 대해 집중투자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당시에도 똑 같이 포항의 연구 중심대학 포스텍과 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R&D 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관련 국내외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이었다. 세부 사항에 있어서도 이번에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관 주도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전국 곳곳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취임 이후 사실상 실질적인 기업협력 첫 사업으로 포스코가 벤처플랫폼 사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는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오는 2024년까지 6년간에 걸쳐 모두 8000억 원을 투자해 벤처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가 출자한 8000억 원과 외부투자유치 1조2000억 원 등 모두 2조 원 규모로 조성하는 벤처펀드는 포스코그룹 신사업 편입을 고려해 국·내외 유망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경제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급증에서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전 정권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전철을 밟을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말처럼 정부의 간섭 없이 포스코 스스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상업화하는 것만이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가 발표한 벤처 투자가 전 정권 시절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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