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루빨리 국가 차원의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버닝썬 사건 이후 정부와 사법 당국은 마약류 단속과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추진되는 마약청 신설을 포함해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22일 포항남부경찰서는 필로폰과 졸피뎀 등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마약사범을 무더기로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50대 A씨 등 3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40대 B씨 등 7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보다 하루 전에는 경북경찰청이 필로폰을 유통하거나 상습 투약한 혐의로 태국인 16명을 검거했다. 불법체류자들인 이들은 성주의 농장 등에서 마약 투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 경북경찰청이 적발한 마약사범 113명 중 외국인이 33명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마약 범죄자도 늘고 있다.

버닝썬 사건 이후 마약사범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연예계는 물론 재벌가 3세 등이 마약을 투약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일부 연예인이나 재벌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번 포항에서 붙잡힌 마약사범들에 의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구속된 3명은 지난달 말 모텔 등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주사기로 5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 B씨 등 7명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향정신성 의약품 352정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 불을 내 구속된 50대 방화범도 마약 투약 후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은 우연히 만난 교도소 동기로부터 필로폰을 받아 투약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약류 사범이 특수 계층이 아닌 일반인과 체류 외국인 등 전방위로 급증하고 있다. 대검 통계를 보면 마약류로 단속된 사범은 2011년 9174명, 2013년 9764명, 2015년 1만1916명, 2017년 1만4123명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마약류 단속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돼 압수된 마약류가 426㎏으로 전년에 비해 약 6배 증가했다. 적발 건수도 2017년 476건에서 660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것도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 크게 늘어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마약 사범이 늘고, 마약류 적발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유통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액상마약 등 마약 종류도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유통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단속이 쉽지 않다.

마약류의 확산과 범죄 피해가 심각하다. 마약은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 위협요소다. 마약 단속은 일회성 일제 단속이나 수사 강화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약청의 신설과 같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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