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7일 문경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관서 진행

국가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 김정옥 공개행사 포스터.
“조선 영조 시대 이후 현재까지 이어온 도자 가문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 김정옥(78·영남요) 공개행사가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문경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관에서 진행된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그리고 한국문화재재단이 함께 지원하는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는 국가무형문화재의 대중화와 보존·전승 활성화를 위해 매년 종목별로 개최되고 있다.

문경에서 영남요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백산 김정옥(白山 金正玉) 사기장은 전통 장작 가마와 발 물레를 고집하는 한국도예의 거장으로, 1996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우리나라 유일의 사기장이자 조선왕실 도자의 계보를 잇는 대한민국 초대 도예명장(1991년 지정)이다.

김정옥 사기장 가문은 조선 영조시대이래 300여 년에 걸쳐 아들 우남 김경식(사기장 전수조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강사(52·영남요))과 손자 김지훈(25·영남요) 군에 이르기까지 9대에 걸쳐 조선백자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백산 김정옥은 “우리의 전통도자기에는 자연의 순리가 담겨있고, 우리 선조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삶의 지혜가 깃들여 있습니다. 300년 전 한 남자에 의해 시작된 도예가의 인생은 그의 아들, 아들의 아들까지 운명처럼 이어져 이렇게 9대를 이어왔습니다. 조선 영조시대이래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도자 가문의 계승자인 저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백산 김정옥 사기장은 지난 1950년대 후반 도예의 길로 들어섰다.

조선왕실 사옹원 분원 사기장이신 조부 비안 김운희(金雲熙, 1860-1929) 사기장과 부친 김교수(金敎壽, 1894-1973)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김 사기장은 또 “제게는 형님이 두 분 계셨습니다. 저는 막내였습니다. 제가 물레에 소질이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저를 지목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고 도예의 길로 들어선 계기였지요. 연로하신 아버지는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 어린 나이에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켜보겠다고 고되고 고된 도예수련의 길로 들어선 저에게 가문의 1대조인 김취정 사기장께서 만들어 대대로 사용하셨던 물레를 막내인 저에게 물려주셨습니다. 그 물레를 제가 10대 후반기부터 40대 중반까지 사용하다 그 이후로는 문화재적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사용하지 않고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관 전시실에 전시·보존하고 있습니다. 300여 년 전 저의 6대조 할아버지가 사용하신 이 발 물레에는 전통도예를 향한 우리 집안의 집념과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 물레는 저에게 선대 어른들의 땀과 끈기, 헌신의 시간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 물레를 대할 때마다 저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물레 앞에 앉아있는 저의 선조들을 떠올립니다. 시련을 인내하며 혼신의 정신으로 이 물레를 돌리던 그분들의 마음, 그것이 저에게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이 물레는 도자 장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집안의 혼을 담고 있는 진실의 도량(道場)입니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보다도 훨씬 이전의 이야기가 아버지에서 아들로 다시 그의 아들에게 이어져 전해져 오는 동안 그들은 함께 물레를 돌리고 장작 가마에 불을 지피며 고되고 외로운 시간,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정옥 명장은 선친 김교수 사기장으로부터 혹독한 도예수련을 받으며 1960년대 정호다완 재현의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백산 가문의 가마를 지켜내어 후대에 민속자료로 지정되는 토대를 마련하는 업적을 남겼다.

이번 2019년 개최되는 제11회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공개행사에서는 매년 전통도자의 제작기법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식의 형식적인 구성을 넘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국가지정 문화재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도자기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번 공개행사는 흙, 불 그리고 사람이 빚어낸 그릇이 1300도 장작 가마 속에서 견딘 후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장작가마를 열고 도자기를 꺼내는 과정은 일반인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기회로 1년에 한 번 ‘공개행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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