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출생신고·체벌금지 등 제도 개혁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않도록 정부가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을 손보기로 했다.

또 모든 아동이 태어난 즉시 정부에 등록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아동학대 조사를 시군구가 직접 수행하는 등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아동을 단순한 양육 대상이 아닌 생존권, 발달권, 참여권, 보호권을 가진 권리주체로 보고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시한 과제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2020~2024)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먼저 아동 체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0년에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이 없었던 친권자 징계권 조항은 아동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고, 아동복지법상 체벌 금지 조항과도 상충하는 면이 있어 개정 필요성이 있었다.

정부는 징계권 개정이 아동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출생신고도 없이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을 줄이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한다.

출생신고를 부모에게만 맡기지 않고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출생통보제로 인해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임산부는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산부가 상담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신원을 감춘 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보호(익명)출산제’도 도입키로 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도 갖춘다.

학대나 입양의뢰, 빈곤으로 인한 대리보호 의뢰,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생기면 지자체가 직접 상담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한다.

불가피하게 아동을 원가정으로부터 분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산하 ‘사례결정위원회’가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 방식(가정위탁, 그룹홈, 시설, 입양 등)을 결정한다.

담당 인력도 보강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자체 책임하에 상담·가정조사·보호결정·사례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시군구의 평균적인 보호 필요 아동은 192명이나 담당 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전문가정위탁제도’도 도입하고, 민간에 의존하는 입양체계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비 양부모의 ‘입양 전 사전위탁’을 제도화하고, 입양 전 법원 절차 진행과 입양 후 아동과의 애착 형성 등을 위해 ‘입양 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학대 조사는 앞으로 시군구 사회복지공무원이 맡고, 학대 여부 판단도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에서 한다.

또 올해부터 매년 1회 국내 모든 만3세 유아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는 ‘위기아동 전수조사’를 한다.

정부는 또, 영유아 건강검진 항목 추가 등 아동발달 단계에 맞는 건강지원도 강화하고, 아동이 놀이를 통해 창의성·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학교 환경 개선에 5년간 5000억 원을 투자해 교실을 모둠 활동 등이 쉬운 형태로 개선하고, 복도·현관 등 교내 자투리 공간을 실내 놀이실로, 운동장·체육관 등을 블록형 놀이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 20개 지방자치단체를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놀이사업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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