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 ‘신 입압별곡-입암사우, 장관을 청하다’ 3번째 손님
자연서 얻는 지혜·삶의 이치 조언

도종환 전 장관이 자연과 사물이 주는 지혜 등에 대해 설명화고 있다.
“포항에는 어떤 개성 있고 아름다운 ‘문화의 꽃’들이 피어날까?”

포항문화재단 ‘신 입압별곡-입암사우, 장관을 청하다’세 번째 초청 손님인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국회의원)이 25일 인문 특강을 펼쳤다.

도 전 장관은 시 구절을 읊는 듯한 운율있는 언어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사색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물에서 얻는 삶의 지혜에 대해 조언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꽃들이 일찍 피는 것보다 ‘얼마만큼 아름답고 의미 있게 피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포항 시민과 도시 모두 자존감을 갖고 개성 있는 삶과 역할을 다 해 주기를 바란다며 은유적으로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
포항시낭송회 한 회원이 도종환 전 장관을 환영하며 그의 시 ‘개울’을 낭송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포항시낭송회에서 도 전 장관이 지은 시 ‘개울’을 낭송하면서 문을 열었다.

‘개울이 강을 지나 결국 바다로 흘러 피라미나 쏘가리 뿐만 아니라 배 만큼 큰 고래도 살게 한다’는 시 내용에 빗대어 ‘맑고 건강한 지역 문화(개울)가 중앙 정부(강)와 세계(바다)와 이르고 교류코자 한다”는 포항문화재단 출범 취지도 알렸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맞이하는 인사를 통해 “유서 깊고 풍광 좋은 입암서원에서 지역 문화와 중앙이 함께 소통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며 “조선 선비들도 낙향해 후학을 기른 옛일처럼, 현직 국회의원인 도 전 장관이 지역을 찾아 깊이 있는 대화를 해 문화 도시 포항 발전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재영 시인이 신입암별곡 행사에서 마중손님으로 나서 지역 문학의 저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중 손님은 지역 문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하재영 시인이 나섰다.

하 시인은 “충북 (청주)오송이 고향인 저는 청주 흥덕이 고향인 도 전 장관님과 오래전 몇 번 뵌 기억이 있다”며 인연을 소개한 후 “문학을 좋아하며 외로워지고 싶고, 또 직장이 끝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인 포항에 30여 년 전 정착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때 당시 문학 생활에서 좋은 문인들과 만났지만, 특히 동화작가인 고 손춘익 선생과 김일광 선생 등과 일주일에 2~3번 만나면서 깊은 인연을 맺었다”며 “손 선생님은 ‘문학정신’과 ‘아동 문학이 가진 환상성(판타지)’ 등 교훈 있는 말을 많이 해 주셨고, 신경림 등 중앙의 유명 문인들을 포항에 초대하고 교류하며 지역 문화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또 “더 이전에는 고 한흑구 선생이 친일 작품이 한편도 없음은 물론이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넓은 견문에다 깊은 문학성을 추구하며 호미곶 보리 등 포항을 정체성으로 높은 수준의 수필 문학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두 분과 함께 석곡 이규준과 호미곶 등 지역의 인물과 자연을 토대로 좋은 작품을 하는 김일광 선생까지 3명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을 포항 문학의 주춧돌이며 보석 같은 존재들”이라며 “이들은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문학 발전에 힘을 다하며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며 포항이 가진 문학과 문화의 저력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포항 출신 판소리꾼 전태원 씨가 심청가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하 시인에 이어 포항 출신 판소리꾼 전태원 씨가 심청가의‘심봉사 눈뜨는 대목’과 경기민요 매화타령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매화가 피는’을 구성지게 불러 관객들과 호흡했다.

법정문화도시를 법제화하며 지역 문화에 관심이 크다는 소개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도 전 장관은 “장관 재직 당시 차재근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전국의 지역 문화를 전담하는 자리’를 맡기려 했는데 포항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포항이 앞으로 잘되겠구나’고 생각했다”며 “제철과 산업 도시를 넘어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는 포항이 준비를 잘하고 있고 그 노력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은 ‘흙과 물, 햇빛과 바람’의 4가지 기운이 합쳐져서 이뤄진 존재”라며 “이들이 왕성하면 건강하고, 기운이 빠져나가면 죽음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연의 기운이 담긴 인간이 자연 현상을 살피면서 경륜이 축적되면 공존하는 지혜, 삶의 철학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 예로 퇴계 이황 선생이 매화꽃을 아끼며 “저 매화나무에 물 줘라”란 유언을 남긴 이유도 “특별하게 아름답지 않지만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매화에서 겸손과 소박, 자제하는 ‘선비 정신을 본받길’이라는 뜻”으로 유추했다.

성현들은 이처럼 사물에서 삶의 이치를 발견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삶을 살았다고 했는데, 도 전 장관은 이날 입암서원에 판각돼 후세에 남길 휘호로 이 네 글자를 쓰기도 했다.

그는 동학의 2대 교주 해월(최시형)도 고향 경주와 경북의 자연에서 얻은 섬김과 공생의 지혜가 경천(敬天)·경인(敬人)·경물(敬物)의 ‘삼경(三敬) 사상’으로 정립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들에게는 평범하지만 우리 각자에게는 특별하고 남다른 존재로 사랑을 주는 어머니처럼, 일생을 잘 사는 것 방법 또한 평범한 일상을 잘 지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꽃과 식물과 관련된 유명한 시들을 남긴 시인인 그는 “유채꽃이 먼저 피고 장미꽃이 늦게 피고 진다고 가치가 달라지지 않고, 또 서울꽃과 포항꽃이 어디서 피는지도 중요하지 않다”며 “들국화가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을에 피는 것처럼 (사람도 지역도 문화도) 결국‘어떻게 아름답게 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입암서원 인근 죽장면 입암리 일대는 1907년 의병 군대인 산남의진이 일본군과 전투를 치러 수 많은 의병들이 꽃처럼 몸을 던져 숨진 곳이기도 하다.

도 전 장관은 “외국인 8000명에게 물은 결과 ‘80.3%’가 우리나라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도 있고, 인구 5000만 명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7번째로 달성한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며 “모든 꽃이 비·바람과 시련을 이겨 내고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 긍정하고 장점을 찾고 또 어려움을 극복해 내자”고 했다.
도종환 전 장관이 기념휘호로 쓴 격물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인 ‘흔들리며 피는 꽃’과 ‘담쟁이’를 시민들과 함께 낭송하며 특강을 마쳤다.

포항 죽장 입암서원 강당에서 25일 도종환 전 장관과 포항 지역 문화 인사 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 회원들이 25일 ‘제33회 보리문학제-보리누름을 추억하다’일환으로 신입암별곡에 참여했다.행사에 앞서 입암서원 앞에 있는 노계 박인로 시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죽장 입암서원 인근에는 이곳이 산남의병 전투지라는 안내문이 있다. 죽장면 서포중학교(구 죽장중학교)(구 죽장고등학교)인근에는 산남의진 발상기념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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