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이 많으면 반드시 잃은 것이 있다. 말은 가슴속에서 입을 통해 나온다. 잘못된 말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화살이 되고 비수가 된다.

화가 날수록 마음을 다스리고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좋다. 말이란 기분이 좋을 때도 기분이 나쁠 때도 자칫 실언할 수 있다. 말 때문에 신의를 잃을 수 있다. 신의는 인격과도 같으며 인격은 명예와도 같다. 명예는 생명과도 같다. 신의 때문에 종국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신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말조심해야 한다. 신중치 못하고 쉽게 하는 말 때문에, 화가 생겨서는 안 된다.

‘공자가어’에 주나라 태조 직후의 사당정문 안뜰 우측에 입을 바늘로 세 곳이나 꿰맨 금동상이 있으며 그 동상 뒷면에 ‘말을 많이 하지 말라. 무엇이 근심인가를, 듣는 자가 없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말을 삼가 하면 복 받을 것이다’라 쓰여 있다. 라 했다.

쓸모없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금 동상의 입을 바늘로 세 번 꿰매 놓았다. 반면 남이 하는 말을 더 많이 듣고 보다 넓은 시야로 볼 수 있도록 동상의 눈은 보다 둥글게 귀는 당나귀 귀처럼 크게 만들어 넓은 시야로 보다 많은 것을 보도록 하고 남들이 하는 말을 보다 많이 경청하도록 했다.

특히 지도자는 말을 가급적 적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데 소홀히 하지 말고, 보는 것 또한 똑바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지도자로 성공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신의를 잃지 않고 믿음을 받는 지도자가 된다. 요즘 위정자들! 입을 세 번 꿰맨 주나라 태조의 ‘직후’ 사당에 세워진 금 동상의 의미를 생각하기 바란다. 함부로 말하는 그들 태도 고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말!’ 말에 인격이 묻어 나오고 품격이 다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 말에도 품격이 있다.

그런데 요즘, 안타깝고 한심한 사람 참 많다. 그것도 시정 잡배들이나 철없는 아이들 같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체 높으신 분들, 한 달이면 국고를 수천만 냥씩 축내시는 분들이 그래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TV를 통해 말하는 광경을 보고 듣자니 낮이 뜨겁다. 철없는 아이들 그걸 보고 좋은 말인 줄 알고 배울까 봐 걱정된다. 평소 하늘처럼 쳐다보았던 그분들이 입에 담기도 싫은 말 하는 모습을 볼 땐 저런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가 됐을까? 그 말이 입안에서 빙글빙글 돈다. 더욱 더 걱정되는 것은 만약 저런 소양, 인품을 가진 분들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면 어쩌나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하기야 그땐 자중하겠지만.

문제는 3살 버릇 여든 가고, 제 버릇 남 못 준다 했으니 그런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외국에 나가 귀하신 분들과 대화하면서 불쑥 그래가지고 국가 망신 국민 얼굴에 똥바가지 뒤집어씌우기라도 하면 안 되지, 그래서 그게 걱정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라 하면 너나없이 보다 큰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럴수록 조심해야 할 것이 말이다. 정치인이 튀는 것도 좋지만 꼴뚜기 망둥이 뛰듯 해서는 안 된다.

세상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있다. 정치를 하려거든 꼭 있어야 할 사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공자가어 한번 보시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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