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별은 다른 모양으로 태어나네
주인이 전세금을 들고 말없이 떠났네
귀 밝아지고 눈 밝아졌네
대밭에 별이 찍찍거리네
나는 별을 키우기로 했네
별들이 울타리를 갉아대네
천장에 별들이 그렁그렁하네
내 방은 울타리가 되어가네
낮 동안 나는 별에게 줄 밥을 찾네
별들은 더듬이를 먹고 싶어 하네
나는 망초 꽃잎을 떼어 한 입 먹였네
주인은 돌아오지 않네
대나무는 수시로 몸을 흔들었지만 뭐 어때?
별은 몸통이 사라지고 점점 이빨이 자라네
낯선 사람들이 술병을 던지네 / 남학생들이 침을 뱉네
나에게는 번들거리는 이빨이 다섯
별을 문틈으로 내보냈네
그들은 엄청나게 찍찍거린다고 도망을 가네
나는 이제 주인을 기다리지 않네
오늘 구름이 몽실거리네
비닐조각 같은 하루를 찢으며 / 나도 별이 되어가네




<감상> 빅뱅이론처럼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별로 갑니다. 별을 바라보고 살지만 누구나 자신의 별을 만들고 산다는 생각은 하는지 의문이 드네요. 별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는 만나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지요. 오히려 떠나보낼 때 눈과 귀가 환해지니 별이 빛날 수밖에 없지요. 외로움에 둘러싸일수록 몸은 더 많이 흔들리고, 별들은 더 반짝입니다. 수시로 몸을 흔들면서 어떤 모양으로 별이 만들어지는지, 착하게 죽으면 걸어서 별로 걸어서 갈 수 있는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세요.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