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조속한 국회 정상화" 촉구…한국 "패스트트랙 사과·철회"
바른미래 "양당, 한발씩 양보를"…'강효상 통화 누설' 대립도 격화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제71주년 개원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여야는 27일 국회 파행의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고 비난하며 대치를 이어갔다.

국회 정상화 선결 조건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5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사과·철회 없이는 국회 복귀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맞섰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끝낸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다행히 한국당이 장외집회가 끝났다고 하는데 제발 국회로 돌아와 하루빨리 민생입법과 추경(추가경정예산) 통과에 역할을 해주길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며 “한국당도 민생현장을 둘러봤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에서 ‘한국당의 선거법 개정안을 받고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사과하면 국회에 복귀한다’고 했는데,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분명히 말하라”며 “국회 복귀의 명분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장외투쟁 명분을 원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지난 23일 회동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정안을 만든 만큼 야당의 입장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정안에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철회가 포함되지 않았고 추후 여야 5당 합의에 따라 남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조정안”이라며 “조정안에 대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정해지면 원내수석 회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철회 없이는 국회 복귀는 없을 것이라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18일간의 장외 민생투쟁을 끝낸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이렇게 열리지 못하게 한 것은 누구 책임인가”라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책임 아니냐. 우리를 국회에 못 들어가게 만든 것 아니냐”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사과를 한다면 저희는 국회에 들어가서 민생과 국민을 챙기는 일을 보다 가열차게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그동안 국회 정상화 선결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사과와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던 만큼 여야 3당의 조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당내에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를 받고 철회 선언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철회라고 읽히는 내용이 담겨야 국회 복귀의 명분이 생긴다”며 “그런 내용이 없다면 당 지지자와 국민의 동의를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사이 ‘중재역’을 자임한 바른미래당은 양당에 한발씩의 양보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추경이 시급하다며 강경 대응하는 민주당이나 장외에서 민생투쟁을 벌이며 민생법안 처리를 안 하는 한국당 모두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 한국당이 수용하고 조건 없이 국회 복귀한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하고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합의 처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약속하는 것이 국회의 닫힌 문을 여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내용 누설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국당의 충돌도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는 “강 의원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고한 한미 관계의 신뢰를 흩트려 놓았다”며 “한국당은 강 의원의 불법행위를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강 의원이 정부의 외교무능을 지적하기 위해 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청와대나 여권에서 여러 얘기를 하는데 적반하장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고 맞섰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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