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 숲 불의 정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이용해 삶아진 달걀.
28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숲 불의 정원, 쉬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 위에 뜬금없이 냄비 하나가 걸려있다.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기 위해 철길 숲을 찾은 시민들은 신기한 광경이라도 본 듯 하나둘 불의 정원으로 모여들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볼 수 없다가 갑작스럽게 생긴 이 냄비가 품고 있던 것은 바로 ‘달걀’.

과학실험 등의 용도로 생각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놀라움이 가득한 탄성 또는 궁금증을 담은 표정이 번지고 있었다.

이윽고 냄비에서 건져진 달걀은 미리 준비된 차가운 물에 식혀진 후 구경하던 시민들에게 시식용으로 사용됐다.

포항시는 시 승격 70주년과 2019년 포항국제불빛축제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철길 숲 불의 정원에서 분출되는 천연가스를 이용해 삶은 달걀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일 동안 오후 4시부터 30분간 700개의 달걀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색 이벤트를 연다.

이날(28일) 주민들에게 나눠진 달걀은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치른 일종의 예행연습인 셈이다.

달걀을 삶는 과정과 직접 맛까지 본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주민 A씨는 “거의 매일 점심, 저녁마다 철길 숲을 걷는데, 항상 지나가던 불의 정원에 냄비가 걸려 있어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치솟는 불길만 볼 때보다 이 불을 직접 활용해 먹거리를 만든다고 하니 재미와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 숲 불의 정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이용해 달걀을 삶고 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달걀이 삶아지는데 10분가량이 소요된 것 같다. 처음 만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눠서 그런지 기다리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달걀 맛도 좋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요리법에 불의 정원을 찾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불의 정원을 방문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계획했다”며 “앞으로 관광객과 시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불의 정원이 포항을 찾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주요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7년 3월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의 폐철도 땅을 도시 숲 공원으로 만드는 공사를 하던 중 가스가 솟아오르며 불이 시작됐다.

당시 포항시는 불이 붙은 현장을 보존하고 주변에 방화유리를 설치해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불의 정원’을 공원 중심에 만들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 불길 주변의 가스 매장량을 조사한 결과, 지하에는 메탄가스 3만t가량이 매장돼 있었고 이는 포항시민이 한 달간 쓸 수 있는 양으로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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