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길거리나 공원 등 곳곳에서 경로잔치의 현수막을 많이 본다. 종교단체나 지자체 등에서 벌이는 행사들이 많이 보여 흐뭇해진다.

고마운 마음이 된다. 계절의 여왕 5월이라 했던가.

온천지에 양의 기운이 가득, 삼라만상에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바야흐로 신록이 녹음으로 여물어가는 계절이다. 은혜로움이 충만한 계절이다. 그런데 이맘때 뻐꾸기가 애처롭게 노래한다.

박목월 시인의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는 고적감이 절절한 시가 떠오른다.

이는 힘참이 있으면 약함이 있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순간에도 외로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멋을 내어 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아침마다 운동을 나가고 이 육신을 위해 돈, 시간, 열정을 쏟아 붓는다. 국내 또는 해외여행으로 안목을 넓히고 때로는 막걸릿잔으로 가슴을 채워본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살찌거나 야위고, 병들고 노쇠화되어 감을 느낀다. 흔히 세월의 빠름이 50대는 50km, 60대는 60km, 70대는 70km라 하더니 이미 70km 이상의 속도를 느끼며 산지 한참 되어버렸다.

불가에서는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단다. 아내도, 자식도,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니란다. 모든 것이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이란다.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이기에 소중할 뿐이란다. 몸이나 생명이나 형체 있는 모든 것은 꿈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 말들이 전에는 귓등으로 들리더니 이제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내 것이면 어떻고 내 것이 아니면 어떠랴.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이라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맡았으면 내 것인 것을. 세상 살면서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체온으로 녹이자.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쏟자.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감당할 일이다. 나의 작은 배려가 여유가 되고 촉촉한 인심이 되어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 것이다.

세상에는 70억 명 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인간들의 수백억 배가 넘는 다른 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다. 이 공간을 더럽힐 수 없다. 파괴해서는 안 된다.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야 하는 공생(共生)의 공간이기에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으니 아무렇게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것, 모든 생명체의 것, 우리 모두의 것, 결국은 내 것이기에 내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이 고맙고 소중한 것이다. 알뜰하게 다루어야 한다.

나를 맞아준 아내가 고맙다. 나를 아빠로 선택한 아들과 딸이 고맙다. 부모님과 조상님께 감사하고, 직장에 감사하고, 먹거리에 감사하고, 이웃에게 고맙고,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사람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고맙고, 창공을 나는 날짐승이 고맙고, 빽빽한 숲들이 고맙고, 비 내림이 고맙다.

이 세상은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일 뿐, 내 것 하나 없어도 등 따시게 잘 수 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여기저기 여행 다닐 수 있고, 자연에 안겨 포근함을 느낄 수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 복 받은 사람, 은혜와 사랑을 흠뻑 뒤집어쓴 사람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 아니란 것은 모든 것이 내 것이란 말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행복한 순간에 외로운 사람이 없어야겠다. 은혜롭고 고마운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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