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화사하다
종말이 화사하다
  • 박권숙
  • 승인 2019년 05월 29일 15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30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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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꽃을 참하고 완결한 적막처럼

날아가 버린 것이 새뿐이 아니라면

유정한 마침표 하나 세상 밖으로 던져진다

대낮에도 눈 부릅뜬 별이 다 보고 있다

낭자한 빛의 여백 낙화가 여닫을 때

꽃보다 만발한 허공 종말이 화사하다




<감상> 혹독한 시간을 견디며 핀 작은 꽃은 자기 자신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시간만큼 은은한 향기를 피우다가 절정에 이르면 완결한 적막을 떨어뜨립니다. 꽃이 겸허하게 처신하지 않았다면 빛의 문을 열지 못했을 것입니다. 생에서 유정한 마침표 하나 던지는 게 그리 쉬운 일입니까. 꽃을 떨어지게 하는 일은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이고, 그만큼 허공이 커가며, 종말(終末)마저 화사하게 합니다. 종말이 화사하려면 얼마나 평범한 시간을 잘 살아야 하는지를 꽃들이 인간에게 일러 줍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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