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기획자 (ART89)
김경숙 기획자 (ART89)

김성수 작가의 ‘꽃과 사람과 새’ 작품을 보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꽃다발만 한가득 안고 있는 남자. 그 마음을 대신이라도 하듯, 크고 예쁜 꽃 위에 ‘짹짹’ 울어대는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두 눈 크게 뜨고 멋쩍게 앉아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정겹다.


어떤 이름으로든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

아픔과 그리움이 진할수록
그대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별과 바다와 하늘의 이름으로도
그대를 꿈꾼다
....

‘그대가 있음으로’ 박성준 時 중



어릴 적 마을 언덕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토끼풀 꽃이 있었다. 그것을 엮어서 꽃반지도 만들고 꽃시계도 ‘뚝딱’ 만들어 차고 놀았다. 진짜가 아니어도 세상 어떤 반지보다도 예뻤다. 김성수 작가의 작품이 딱 그렇다. 뚝딱! 투박하고 소박하게 만들어도 그 마음을 다 가진 듯하다.

꽃과 사람과 새 김성수 作

작가는 나무를 조각하여 한국적 미감과 정서를 가진 색을 입혀 다양한 인물상과 동식물의 모습을 만든다. 조각은 회화와 다르게 입체적이다. 조각의 앞면만 생각해서는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옆면, 뒷면 다 제대로 표현되어야 한다. 작가의 작품이 온몸으로 표현되어 지는 이유다.

꽃을 든 남자, 딸의 모습, 경비원, 군인…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하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작가는 어릴 적 앓았던 골수염과 수술로 몸이 불편했다. 누워 있었던 어린 시절 나무를 만지며 놀았다. 그 곁에는 작가를 아끼고 안타까워하시던 할머니가 계셨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작가가 울며 보았던 상여 위 꼭두들에 대한 기억이 작품으로 이끌었다. 우리 풍습에 보면 아기를 낳았을 때 금줄을 치고, 돌을 맞았을 때는 실을 잡게 해 아기가 오래 살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다. 삶 가까이 죽음이 있다. 꼭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간다.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슬픔과 외로움에 잠긴 이들을 위로한다.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었던’ 작가의 어린 시절 꿈은 현실이 되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한국적 정서는 작품 근저(根?)의 모티브로 작용하고, 나무 물성을 따라 작가의 작품은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었다.
 

사람을 만나다 김성수 作

‘비록 작고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마음을 담아 정성을 기울여 만든 조각이기에 우리는 꼭두를 통해 그들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크게는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까지 찾아볼 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상여를 사용하지 않으니 꼭두의 생명력이 다했다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이는 꼭두를 전통문화의 하나로 박물관에서 잘 보전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태생부터 꼭두는 당대인들의 얼을 반영하고 거울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꼭두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옛것의 겉모습만 쫓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를 그리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 꼭두를 통해 진실한 마음이 전해지는 우리의 문화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김성수 작가

죽음은 삶의 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말하기도 한다. 봄이 오면 새싹을 틔우고, 여름이 오면 푸른 빛깔의 잎들이 무성하고, 가을이 오면 겨울을 대비해 잎을 떨 군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땅속으로 들어간다. 다시 봄이 오면…끊임없이 운행하는 자연의 법칙 속에 사람들은 살아간다. 삶과 죽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직도 그 기운(起運) 속에 살아가고 있다. 꿈을 꾸듯 현실을 동화처럼 풀어내는 작가의 꼭두들은 사랑의 전령사(傳令使)다. 작품을 보면 그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게 된다.

‘내 마음을 받아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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