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4일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작은 무기’라고 일축하는 등 김정은을 감싸고 도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아베 일본 총리도 이에 동조하며 “깊은 유감이다”고 표명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사람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면서 “아마도 북한이 관심을 끌기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를 발전시키길 고대한다. 그는 핵을 가지고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나쁜 일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매우 똑똑하다”고 김을 두둔하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는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그런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성격도 함께 담긴 메시지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 의회에서도 “아첨하는 독재자들에게 스스로 쉬운 표적이 되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으로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적대국들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동맹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자칫 미국 대통령에게 아첨하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동맹국을 위협하며 미국민을 살해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 미사일 발사에 대한 도쿄 발언이 있은 직후 북한 외무성은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안보 파괴 보좌관” “호전광” “전쟁 광신자”라며 신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붓고 있다. 볼턴 보좌관의 협상 상대역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미·일 정상회담이 있기 전인 지난 20일 볼턴 보좌관의 비핵화 관련 발언에 대해“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힐난했다. 북측은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유엔 안보리 제재로 경제적 고난이 격심해지자 북한 비핵화에 2001년 이후 강경노선을 유지해온 볼턴 안보보좌관을 미·북 핵 회담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온갖 비난성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춰 트럼프 대통령까지 일부 북측 발언들을 두둔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의 최대 라이벌로 지목되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북한 측의 인신공격성 발언에도 화답하는 듯한 호응을 보여 워싱턴 정가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7일 미·일정상회담 뒤 아베 신조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조 바이든을 IQ가 낮은 ‘멍청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면서 “바이든은 재앙이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트에서도 “김정은이 바이든을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며 김정은 발언을 두둔했다. ‘멍청이 바이든’ 발언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1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유세과정에서 김정은을 ‘폭군’으로 규정하자 “최고 존엄을 모독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면서 인간으로서 초보적인 품격도 갖추지 못한 IQ가 낮은 속물“이라며 비난을 쏟아 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가세를 하며 자신의 트위트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는 글들을 올렸었다.

지금 미국 정치권과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와 바이든 전 부통령에 관한 국내외에서의 발언들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계산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들을 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의 김정은에 대한 무한한 친밀감의 표시는 내년 대선전까지는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줄 것을 김정은에게 요청하는 전략적 제스츄어로 보고 있다. 또한 지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2년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없었던 점을 자신의 비핵화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미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칫 트럼프가 표를 의식해 김정은에게 느슨한 비핵화 협상을 해줄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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