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취소하고 수시 보고받아…외교장관 지휘 중대본부 구성, 정부 신속대응팀 현지 급파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이 탄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30일 총력대응 체제에 나서며 수습에 온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 첫 긴급지시를 통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활동을 하라”고 당부했고, 예정된 오찬을 취소하고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부처들 역시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대본부를 구성하고 현지에 대응팀을 보내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유람선 침몰 사고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4시 5분께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활동을 하라”라는 첫 긴급지시를 내렸고, 이후에도 관계 장관들의 상황점검 회의 결과를 수시로 보고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기자들을 만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외교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국방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소방청장 등이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며 “회의 내용은 문 대통령께 수시로 보고가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성과 창출 공무원들과의 오찬’ 행사를 취소했다.

당초 오찬을 계획대로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문 대통령은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를 거쳐 결국 오찬을 취소, 사고 수습에 전념키로 결정했다.

결정이 워낙 급박하게 내려지면서, 청와대 측은 ‘오찬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공지했다가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을 취소한 대신, 오전 11시 45분부터 약 50분간 청와대 여민1관 회의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는 정 안보실장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윤종인 행안부 차관, 서훈 국정원장, 조현배 해경청장, 이재열 소방청 서울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고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도 문 대통령이 첫 보고를 정확히 언제 받았는지, 몇 번이나 보고가 이뤄졌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침몰사고는 한국시간 이날 오전 4시 5분께 벌어졌고, 헝가리 공관에는 4시 15분에 사건이 접수됐다.

문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는 이 때부터 첫 긴급지시가 나온 오전 8시까지 약 4시간 사이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에서는 “보고 시각을 일일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굉장히 이른 시간에 보고가 이뤄졌고, 지시까지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강원도 산불 때 사례를 보더라도, 사안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는 대통령 보고 시각이 논란이 되지 않았나”라며 이런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보고 시각과 횟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휘 속에 관계부처들도 역시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문 대통령이 첫 지시에 따라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했으며, 외교부 소속 인원 6명과 소방청 소속 인원 13명으로 신속대응팀을 꾸려 현지에 급파했다.

강 장관은 현장지휘를 위해 이날 헝가리로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 1개팀(7명)과 해경 구조팀(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2명 등을 후속대로 파견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긴급대책회의에서 “외교부·행안부·국방부·소방청 등 관계 부처는 사고 수습에 온 힘을 기울이고, 국정원도 필요한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라며 범정부 차원의 총력대응 체제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