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이전 주역 빠진 불공정 시비…분쟁의 씨앗 될 것"

경북도청 정문 솟을대문 옆에 세워진 ‘경상북도 신청사 준공 기념비’
경북도청 정문 솟을대문 옆에 세워진 ‘경상북도 신청사 준공 기념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념비에 도청 이전에 역할을 한 주역들의 명단을 다 빼버리고 기념비 추진위원들의 직책과 이름만 새겨 놔 정통성과 당위성이 없고 시기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도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또 사후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치적을 담아 성지로 하는 것은 형식과 예의에 맞지 않고 도청 입구에 세워 흉물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이 기념비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알고 있는 도청 직원들이 없다는 점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도청 신청사를 관리하는 한 공무원은 “기념비는 김관용 전 지사의 퇴임 3개월여를 앞두고 세워진 것으로 안다”며 “자고 나니 갑자기 생겼더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퇴임 3개월 전은 지난해 3, 4월께이나 비문에는 2016년 3월로 표기돼 있어 개청식이 열린 달에 맞춰 전임 지사의 공적을 남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바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공부지에 불법 조형물이 설치됐는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경북도의 부실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임 지사를 보좌했던 한 공무원은 “기념비 추진위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세운 것이지 도청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해 경북도도 난감한 분위기다.

기념비를 옮기고 싶어도 전임 지사 흔적 지우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전 지사와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청 신도시의 한 주민은 “도청 이전 주역이 빠진 기념비는 불공정 시비가 일 수 있고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이전이나 철거를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양승복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경북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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