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갈등 재발방지 노력’ 의견일치"…기존입장 고수하며 ‘네탓공방’도
韓 "좋은 얘기 나눴다"·日 "미래지향적 관계" 언급…사실상 ‘로우키모드’ 돌입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1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냉각된 국방교류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에도 양측은 ‘초계기-레이더’ 문제를 놓고서는 ‘네탓 공방’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렸지만, 양국간 해상 군사갈등의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는 점에 합의함에 따라 냉각된 양국의 국방교류 협력에는 다시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회담에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안보환경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한일 간 현안의 조속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환경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일 간 국방협력의 중요성도 확인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정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방위상과 함께 한일 국방 협력과 관련해 좋은 얘기를 나눴다”며 “(일본의) 초계기 근접 위협비행 관련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을 일치시켰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어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우방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조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같이 협력해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하는 데에도 의견일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은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샹그릴라 호텔에서 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10분까지 4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두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도 ‘초계기-레이더’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접점은 찾지 못했다.

국방부는 “정 장관이 이와야 방위상에게 우리 함정이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를 조사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직접 설명하고 문제의 본질은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행태에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UES’(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한 규범·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와 국제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와야 방위상 역시 한국 측 군함이 자국 초계기에 레이더를 겨냥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와야 방위상이 정 장관과의 비공식 회담한 자리에서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문제와 관련,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또 일본 자위대기가 지난해 12월 당시 적절하게 비행했으며 한국 측이 ‘저공·위협비행’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자위대기 비행은 “적절하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교도는 “논의는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장관은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초계기 및 레이더 갈등 문제에서는 ‘로우키 모드’를 유지하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정 장관은 별도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초계기 문제와 관련해) 사과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또 이와야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회담에 응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진실은 하나인데, 이야기를 나누면 답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미래 지향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내딛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후지TV가 전했다.

이날 이전까지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작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연 것이 마지막이다.

작년 10월 일본이 해상자위대 호위함 욱일기 게양 문제로 제주 국제관함식에 불참하고, 같은 해 12월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비추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양국 군사 교류와 협력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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