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대왕이 쓴 글 누군가 필한 것으로 추정
"비운의 죽음 맞았으나 포은의 불사이군 정신 찬양돼 왔어"

‘어제어필 선죽교시’
포은 정몽주의 충절을 기려 조선 영조가 직접 글을 짓고 쓴 표충비 관련 자료가 안동에서 발굴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 한국학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 개성에 소재한 표충비 관련 조선시대 계회도 형식의 자료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표충비는 영조 대왕이 고려말 충신 정몽주의 충절을 기리는 내용의 글을 지은 뒤 개성 유수 김약로에게 비석에 새겨 선죽교 인근에 세우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고성 이씨 문중에 전해 내려온 ‘어제어필 선죽교시’로 영조 대왕이 직접 쓴 글을 누군가 필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조 대왕의 친필 휘호는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어 이번에 발견된 자료가 원본에 가장 가깝다는 것이 진흥원 측의 설명이다.

자료 우측 첫 행에는 세로로 ‘어제어필선죽교시(御製御筆善竹橋詩)’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둘째 행에는 ‘도덕과 충정이 만고에 뻗치니(道德精忠亘萬古), 높은 절개가 태산북두처럼 우뚝하다(泰山高節圃隱公)’라는 영조가 직접 지은 시구가 적혀있다.

소지에는 정몽주의 도덕성과 충성심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이를 표창하고자 하는 영조의 의지가 담겼다. 자료 하단에는 시종신으로 영조를 수행한 도승지 민형수를 비롯해 문신 12인의 관직과 성명이 실렸다.

말미에는 당시 개성 유수로 있던 김약로(1694~1753)가 왕명을 받들어 비를 세우고 비각을 세운다고 적었다.

1740년 가을 영조는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하던 목청전을 찾아 개성에 행차했다. 정몽주의 충절을 찬양하기 위해 선죽교 다리에 어가를 멈추고 정몽주를 찬미하는 시를 짓고 글씨를 썼다.

‘영조실록’에도 1740년 9월 3일 선죽교에 이르러 포은 선생의 절개를 기리고 성균관에 들러 선현들을 참배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은 “이번에 발굴된 어제어필 시문은 포은 선생이 비록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의 불사이군 정신은 권력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찬양돼 왔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이다”라고 말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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