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 준비에 최소 6개월 소요…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현대제철 당진공장 위기
대기오염물질 배출…고로 휴풍작업시 밸브 개방 외엔 현재까지 대체할 기술 없어

포항제철소
포항제철소

철강 고로에 대한 휴풍작업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과 관련한 행정당국의 조업정지 처분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고로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나 폭발사고 위험 방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휴풍작업에 대한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국내 모든 제철소에 대한 조업정지 사태가 일어날 경우 사실상 한국 철강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휴풍 작업은 한번 불을 붙이면 통상 20년 가량 동안 끊임없이 가동되는 고로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즉 휴풍 작업이란 브리더(Breather)라는 밸브를 통해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와 가스를 주기적으로 배출하는 공정으로, 이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배출하거나 재송풍하는 과정에서 고로 내에 생성돼 있던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밖에 없으며, 올 초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브리더를 통한 대기오염 물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전남도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대해 조업정지 처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포스코 측의 요청에 따라 청문과정을 진행 중이다.

경북도도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과 관련한 10일간의 조업정지 처분 예정통보와 함께 오는 10일까지 회사 측 의견을 제출토록 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가 지난달 3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2고로에 대해 회사 측의 브리더 개방에 대한 의견만 들은 뒤 곧바로 조업정지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이 다급해졌다.

문제는 고로 특성상 조업을 중단할 경우 재가동 되는 데 고로 내에 남아 있는 철강 잔재 처리와 재가동 준비 등에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이다.

즉 행정당국은 10일간의 조업정지를 내리는 데 불과하지만 실제 고로 불을 끈 뒤 재가동을 위해서는 고로 내에 남아 있는 쇳물 잔재 제거 및 고로 재구축 등 사실상 새로 짓는 것이나 다름없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어서 고로 조업 정지처분은 곧 해당 고로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조업 정지 처분이 끝난 뒤에도 현행 제철기술로는 휴풍작업을 대신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철강산업 선두주자 인 포스코는 이처럼 휴풍작업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현재 ‘고로 휴풍 작업시 분진회수 방법’‘고로 휴풍작업 시 강제 압력 배출에 의한 분진비산방지장치 및 방법’ 수많은 특허를 취득했지만 휴풍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전 세계 800여 개 제철소가 똑같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선진철강국들은 사실상 휴풍 작업을 인정하되 대기오염물질 배출 최소화를 위한 관련 제도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제도가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독일의 경우 휴풍 작업을 인정하되 연간 휴풍 할 수 있는 최대횟수를 제한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관련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다 올해 들어 미세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전국 제철소에 대한 현지조사와 함께 조업정지 처분에 나서면서 국내 철강업계 전체가 중단위기에 놓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나 행정당국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관련 규제에 대한 선진사례 연구와 함께 조업정지를 대신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고로 조업정지 처분이 현실로 다가오자 한국철강협회는 이번 주중 철강업계의 입장과 함께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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