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소, 불평등·불공정 관리 필요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소득격차가 너무 크고, 성공하려면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우리 사회의 평등성과 공정성에 강한 불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격차는 너무 크다’는 의견에 ‘매우 동의’ 39.7%, ‘약간 동의’ 45.7% 등 격차가 크다는 의견이 85.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보사연이 전국의 성인 3873명을 대상으로 사회갈등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소득격차는 너무 크다’에 대한 ‘매우 반대’, ‘약간 반대’ 의견은 각각 0.2%, 2.5%에 불과했고, ‘동의도 반대도 아니다’는 11.9%였다.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는 인식을 0점(매우 반대)부터 4점(매우 동의)으로 측정했을 때의 점수는 3.22점이었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 14.6%, ‘약간 동의’ 41.0%로 절반 이상이 소득 격차 해소와 관련한 정부 개입에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3.6%였고 나머지는 중립적이었다.

소득격차 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나빴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데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한 비율은 80.8%(‘매우 중요’ 31.7%, ‘대체로 중요’ 49.2%)로, 중요하지 않거나 보통이라고 생각한 비율(19.2%)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에 대한 동의 비율도 66.2%(매우 동의 14.3%, 약간 동의 47.9%)로 절반을 넘었다.

또 사회에 불평등이 팽배해 있다는 인식이 높았고 특히 사법·행정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의 집행’이 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은 12.5%에 불과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평당하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부의 분배’에서 7.8%에 그쳤고, ‘소득 분배’ 8.7%, ‘지역에 따른 발전 수준’ 9.0%, ‘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한 대우’ 11.4%, ‘승진(승급) 기회’ 12.4% 등으로 매우 낮았다.

다만, ‘교육 기회’가 평등하다는 의견은 47.4%로 높은 편이었다.

보고서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은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사회에 아노미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어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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