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 "현대사회, 남의 고통 이해하는 능력 상실"
소설가 김훈 "현대사회, 남의 고통 이해하는 능력 상실"
  • 오종명 기자
  • 승인 2019년 06월 02일 19시 1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03일 월요일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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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서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특강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김훈 작가가 1일 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특강하고 있다.
“보수적 전통에서도 미래 지향적 힘이 있다”

소설가 김훈(71) 작가가 지난 1일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특강을 위해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그는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석주 이상룡 선생과 같은 유림의 리더들이 확립한 전통이 우리 사회 윤리와 정신을 바르게 지켜왔음을 강조하면서,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런 전통을 전혀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통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나 연민, 남의 고통을 동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상실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남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 보니 매일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새는 사회가 됐다”고 현 세태를 비판했다.

또 그는 현재 우리가 사는 곳은 천박한 잔재주의 세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 곳을 오래 바라보는 능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새가 알을 품듯, 선비들이 몇 개월 동안 틀어박혀 하나의 사유에 집중하듯, 몇 달이고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리는 성실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안동 유림 문화와 같은 보수적 전통에서도 미래 지향적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의 힘, 보수적인 것의 힘 안에도 우리 미래를 열어젖힐 수 있는 힘의 바탕이 있다”면서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그 전통적인 힘의 바탕을 근대화 동력에 연결하는 일에 매우 소홀했거나 등한시했거나 접목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혼란 속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래된 전통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안동은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데 ‘텔링(telling)’을 하지 못한다.‘텔러(teller)’를 길러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하회탈춤에 대해서는 “인간이 계급을 떠나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우수한 놀이지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하회 탈춤에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인 사회 양극화의 주제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공개 대담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스토리텔링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김 작가는 “도지사는 정책만 세우고 재능있는 젊은이를 발굴해야 한다”며 “우리 같은 세대가 하면 망친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얘기하도록 하면 저절로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경북도청과 안동시청 등이 후원해 열린 이 날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세 안동시장, 김성조 경북관광공사 사장과 전국에서 온 김훈 작가 팬과 주민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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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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