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외로울 것이다

그런 생각은 아무래도 관성 같았다
그렇게 해왔기에 타성이 붙어버린
몹쓸 물건 같았다

캄캄한 해변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모래가 젖었는지 엉덩이가 축축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일어서 돌아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왔기에 돌아가기가 / 버거웠다

나는 어딘가에서 멀리 벗어나버린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너무 고독해서
어떤 것도 그리워 할 수가 없었다





<감상>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워할수록 그리움에는 떨쳐 버릴 수 없는 관성과 타성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해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젖어 오는 것은 바다처럼 그리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잊어버리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버겁고, 너무 멀리 와 있다. 현실과 동떨어져 멀리 벗어나버린 인생을 살고 있기에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너무 고독해서 그대의 어떤 것도 그리워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를까봐 정말 두렵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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