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주옥같은 시 ‘청하’와 ‘기계장날’…포항, 문학콘텐츠 공간 조성 필요
박목월 주옥같은 시 ‘청하’와 ‘기계장날’…포항, 문학콘텐츠 공간 조성 필요
  • 곽성일 기자
  • 승인 2019년 06월 03일 16시 5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04일 화요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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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건천 출신 고 박목월 시인.

계절이 지나가는 자연과 인간 삶의 현장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詩)이다. 그 자연과 삶의 현장이 참다운 시인을 만나 감동적인 시어(詩語)로 표현되는 것은 특별한 인연이다.

경주 건천 출신으로 한국 문학계 거장인 박목월(朴木月·1915~1978) 시인이 포항을 무대로 주옥같은 시를 탄생시켰다.

‘청하(淸河)’와 ‘기계(杞溪) 장날’이다.

포항은 도시에 문화를 되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박목월 시인의 창작무대였던 ‘청하’와 ‘기계 장터’를 문학 콘텐츠 공간으로 조성하면 훌륭한 문화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학기행뿐만 아니라 지역의 볼거리로 도시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

목월은 유월 어느 날, 고향 경주에서 비포장길 덜컹대는 버스를 타고 동해가 보이는 청하까지 맞선을 보러 간 인연을 시로 표현했다. 

청하는 푸른 동해와 마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작품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하면 소재지나 월포에 목월의 ‘청하(淸河) 시비’를 세워서 이곳이 명시 창작의 무대였음을 알리는 것도 지역 문화를 아름답게 채색하는 것이다.

시에서 인어로 표현된 목월이 선을 본 여인 ‘천희’의 이미지를 살려 월포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시비와 조형물을 만들면 바다를 찾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월 청하에서 천희와 선을 본 목월은 마음에 있었는데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시인은 청하라는 지역 때문에 동해 바다를 생각했고 물에 젖은 듯 윤기 나는 칠빛 머리카락을 지녔던 천희는 그곳에서 올라온 인어일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 사랑이 백발까지 따라와 남기는 깊고 아픈 물거품, 천희를 생각하는 바다에 들려오는 피리 소리는 신라의 만파식적이다. 세상의 모든 파도를 잠재우는 그 피리는 오히려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만 파도를 철썩인다. 

유월 하루를 버스에 흔들리며
동해로 갔다

선을 보러 가는 길에
날리는 머리카락
청하(淸河)라는 마을에 천희(千姬)
물이 오른 인어는 아직도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다

왜,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을까
따지는 것은 어리석다, 그것이 인간사,
지금도 청하라는 마을에는 인어가 살고 있다
칠빛 머리카락에 설레는 밤바다에는
피리 소리가 들리곤 했다

지금도 유월 바람에 날리는 나의 백발에 천희가 헤엄친다
인연의 수심(水深) 속에 흔들리는 해초 잎사귀

-박목월 ‘청하’ 전문

박목월 ‘기계장날’ 시비.
박목월 ‘기계장날’ 시비.

민초들의 힘든 신산(辛酸)한 삶이 녹아 있는 ‘기계(杞溪)장날’ 시비는 기계 장터를 벗어난 변두리에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기계 장터에 시비와 지게 목발을 걸쳐두고 대화를 나누는 조형물이라도 곁들이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우 보래이
사람 한 평생
이러쿵 살아도
저러쿵 살아도
시큰둥 하구나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렁 저렁
그저 살믄
오늘 같이 기계(杞溪)장도 서고,

허연 산뿌리 타고 내려와

아우님도 만나잖는가 베
앙 그렁가 잉
이 사람아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저 살믄
오늘 같은 날
지게 목발 받쳐 놓고
어슬어슬한 산비알 바라보며
한잔 술로
소회도 풀잖는가
그게 다 기막히는 기라
다 그게 유정한기라

-박목월 ‘기계장날’ 전문

박목월 ‘기계장날’ 시비.
박목월 ‘기계장날’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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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사회1,2부를 총괄하는 행정사회부 데스크 입니다. 포항시청과 포스텍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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