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청년 BTS(방탄소년단)가 영국 웸블리에서 세계를 감동 시키고, 야구의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펄펄 날고, 축구의 손흥민이 축구의 본고장에서 대단한 기량을 발휘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정치권만 유독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6월, 새로운 달이 시작된 지도 사흘이 지났지만 국회 개원 소식은 들리지 않고, 막말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일 안동 하회마을에서 연 경북도의 인문 강연에 나선 김훈 작가는 “요즘 우리 사회는 하루도 안 빼놓고 악다구니, 쌍소리, 거짓말, 쓸데없는 소리로 날을 새고 진다”고 쓴소리를 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퇴락한 데는 정치인의 잘못이 가장 크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거친 말로 삿대질만 해대고 있으니 온 사회가 시끄러운 것이다.

패스트트랙이니, 장외 투쟁이니 하며 공전을 계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회동, 이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국회에는 현재 추가경정예산안뿐 아니라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포항지진피해특별법, 택시·카풀 관련 입법 과제 등 숙의와 결단이 필요한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뿐인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는 등 국가적으로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위급하고 큰 사안들이 한 둘이 아닌데 국회가 이를 외면하고 투쟁만 일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이 같은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할 시점임을 알아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했더니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5%에 달했다. 국민의 국회의원을 보는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 조사 결과다. 국회는 이제 민심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당은 야당을 끌어안는 제세를 보이고 야당도 민생과 경제를 생각해서 투쟁 일변도의 막말 싸움을 그만두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국회는 올해 들어 극한 대치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사실상 개점휴업했고, 3월에도 일부 비쟁점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이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뒤에는 정국이 얼어붙어 공전을 지속하고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바뀌고 교섭이 진행돼 곧 국회가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여야는 국민과 국가의 앞날을 생각해서 서로 양보하고 당장 국회를 열어 산적한 현안들을 숙의 처리하길 바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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