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 1000여 명 국회 상경 시위…원내대표들에 호소문 전달
"촉발지진 발생 1년7개월 지났으나 대책 전무해" 정부·국회 비판

3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로부터 특별법 조속 제정 호소문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공원식·이대공 포항지진 공동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홍의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대구 북구을).
3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로부터 특별법 조속 제정 호소문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공원식·이대공 포항지진 공동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홍의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대구 북구을).

11·15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여야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여야 정쟁으로 지지부진하자, 포항 시민들로 구성된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1000여 명이 3일 오후 단체로 국회를 찾아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후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를 찾은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포항지진 범대위’) 관계자들에게 조속한 포항지진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국회 통과와 예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포항지진 범대위의 공원식 공동위원장 등을 만나 범대위 측으로부터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받았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지진이 인재로 밝혀진 만큼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참고 기다려왔으나 정부는 부처 간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해 시민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실질적 피해보상과 진상규명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에 "제가 원내대표가 돼 곧바로 포항을 찾아 아픔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우선 국회 정상화를 해 지진대책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처리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국회가 정상화하는 대로 가장 우선해 포항지진 대책들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의 지원이 확정됐지만, 지진이 휩쓸고 간 상처 치유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추경에 편성된 예산 외에도 저희가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강구하겠다. 포항지진 문제를 정쟁 도구나 희생물로 전락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항지진이 인재이고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감사를 포함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민주당도 국회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내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대책 특위’ 위원장인 홍의락 의원은 "(포항지진 관련) 법안을 상의하고 추경에 대해서도 정부 측에 여야가 압박할 기회를 마련하자는 측면에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제의했다"며 "국회가 멈춰져 있는 상태에서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포항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남·울릉)·김정재(포항 북구) 의원도 호소문 전달식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민주당 측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한 채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범대위 관계자들을 따로 만났다. 

나 원내대표는 범대위 관계자들에게 "포항지진특별법은 6월 국회에서 우선 추진해야 하는 ‘중점추진법안’으로 지정하려 한다"며 "6월 국회 개원 관련 협상에서 민주당에도 이 부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 원내대표는 "포항지진의 경우 추경안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피해 주민에게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찾아 관련 예산액을 추경 심사 시 늘려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경 예산 외에도 1조8000억 원의 예비비 중 1조2000억 원이 재해·재난 관련 예비비인데, 선지급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며 "여당은 자꾸 국회를 열어서 추경하자고 하는데 사실 추경은 (포항 피해복구에)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1000여 명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항지진 특별법을 제정해 포항이 지진으로부터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를 압박했다.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 1000여 명이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 1000여 명이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범대위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여한 포항 시민은 800여 명이며 재경 포항향우회원 300여 명도 집회에 동참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포항촉발지진은 최악의 인재였다", "지진으로 다 죽은 지역경제 살려내라", "가해자는 사과하고 즉각 배상하라", "지진피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현장과 원내대표 방문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포항을 지역구로 둔 한국당 박명재·김정재 의원, 고향이 포항 흥해인 정태옥(대구 북구갑) 의원 등 정치인도 참여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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