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민족의 성가(聖歌) 아리랑은 척박한 삶이 ‘아리고 쓰리다’고 해서 ‘아리랑’이라 부른다고 했다. 또 경복궁 중수에 징발돼 나가는 부역꾼들의 탄식이 담긴 ‘어유하 아난리(魚遊河 我難離·고기는 물에서 노는데 나는 이별하고 떠날 수 없네)’에서 아리랑의 후렴 중 ‘아라리가 났네’의 ‘아라리’로 변했다고도 했다. 이렇게 아리랑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아리랑은 몽골리안 반점처럼 우리 민족 개개인의 유전자 속에 각인돼 있는 고유한 염색체다.

기본 세마치 박자에 따라 붙는 후렴구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든 새 정서를 담아 내는 즉흥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는 정선아리랑, 경상도에는 문경아리랑·밀양아리랑, 전라도에는 진도아리랑이 있고, 중국 조선족 아리랑, 멀리 러시아 변방에 쫓겨간 까레이스키의 아리랑,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에 팔려간 조선인 노동자 애니깽의 한 맺힌 아리랑이 있다.

님 웨일스는 아리랑을 “자유와 해방을 향한 인본주의 사상의 발로”라고 했다. 하지만 아리랑을 이렇게 단순하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아리랑에는 아프고 쓰린 민족의 한의 정서가 녹아 있다. 이규태는 아리랑을 ‘이탈애수(離脫哀愁)’라 했다. 아리랑에는 떠나는 자와 보내고 싶지 않은 자와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아리랑 고개’는 두 영역을 단절시키는 이별 공간이고, ‘아리랑 아리랑’ 언젠가는 기어이 넘고야 마는 영원의 작별 공간이다.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가 난 다뉴브 강 물결 위로 비통한 아리랑 선율이 흘렀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 바로 위 머르기트 다리를 가득 메운 헝가리인 400여 명이 가사가 적힌 악보를 들고 아리랑을 목놓아 불렀다. 행사를 주관한 헝가리 시민합창단 측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래라는 느낌이 들어 이 비극의 사고에 우리의 감정과 맞는 곡이라 생각돼 애도곡으로 정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헝가리인들이 한국인들과 같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눈물을 훔쳤다.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불려 진 슬픈 아리랑은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달래는 진혼곡이자 이별의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이별가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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