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부터 시행…종량세율은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5일 당정 협의에서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우선 맥주와 막걸리에 대해서 알코올과 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기로 하고 국산과 수입 구별 없이 맥주와 막걸리의 종량세율을 ℓ당 각각 830.3원과 41.7원으로 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주류 판매 코너.연합
우리나라의 주류 과세체계가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를 시작으로 50여 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된다.

가격 기준 과세 체제에서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종량세율은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된다.

정부는 5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주류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주세법과 교육세법 등 2019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맥주와 막걸리(탁주)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한다. 소주와 증류주, 약주와 청주, 과실주 등 다른 주종은 맥주와 막걸리의 전환 효과, 음주 문화 변화, 소비자 후생 등을 감안하고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맥주에는 내년부터 ℓ당 830.3원의 주세가 붙게 된다. 최근 2년간 출고량과 주세액을 고려해 세수에 변동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정 외의 주류에 대해 주종에 따라 출고가격 기준 5∼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맥주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인 72%가 적용된다.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이 포함된 출고가격 기준이지만 수입 맥주는 국내 판매관리비나 이윤이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격 기준이어서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종량세 개편까지 이어졌다.

종량세 전환에 따라 내년부터 주세와 교육세(주세액의 30%),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세부담은 생맥주는 ℓ당 1260원으로 445원, 페트병 맥주는 ℓ당 1299원으로 39원, 병맥주는 ℓ당 1300원으로 23원 오르게 된다. 반면에 캔맥주의 세부담은 ℓ당 1343원으로 415원 감소한다.

정부는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 맥주 등 일부 맥주업계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맥주 세율을 2년간 ℓ당 830.3원에서 664.2원으로 20% 경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생맥주의 ℓ당 총 세부담은 현행 815원에서 1022원으로 207원 오르게 된다.

다만 현재 출고 수량별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는 수제 맥주 업계는 생맥주 세율 추가 경감으로 경영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막걸리(탁주)에는 내년부터 ℓ당 41.7원의 주세가 붙는다.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세율인 5%를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종가세 전환으로 막걸리에 국내 쌀 사용이 확대되는 등 고품질 국내산 원료 사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종량세율을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 등에 따라 주류가격 인상에 비례해 세 부담이 증가하는 종가세 유지 주종과 과세형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설정하며, 물가연동제 최초 적용 시기는 2021년이 된다.

1968년 주세체계를 종가세로 전환한 우리나라는 52년 만에 종량세로 다시 전환하게 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0개국이 주세 종량세 체계를 도입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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