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사이 6·25전쟁 참전소년병 20여 명의 부고를 들었다. 공적인정을 위해 투쟁하기에 더는 여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는 21일 ‘제22회 6·25참전순국소년지원병 합동위령제’를 앞둔 6·25참전소년소녀병전우회(이하 소년병전우회) 윤한수(86) 회장의 한탄이다. 윤 회장은 올해 위령제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쟁 때 책가방 대신 총칼을 맺던 소년병들이 함께 활동해왔지만, 국가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채 수명이 다하면서 차례로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조직된 소년병전우회는 제16∼18대 국회에 소년병에게도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요구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제 19∼20대 국회에 걸쳐 소년병 보상법안으로 입법 발의됐지만 ‘보상’이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았다. 국가가 잘못을 시인하는 사유로 판단된다는 것이 이유다. 문제가 된 단어를 ‘위로’로 수정해 재차 발의했으나 아직도 계류 중이다.

윤 회장은 “보수와 진보를 내세운 여·야 정당이 정권을 잡았던 지난 수십 년 동안에도 소년병들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번 정권이라고 신경을 쓰겠느냐”면서 “더는 기대가 없다. 사회적으로도 보상을 받기 위한 노인들로 추하게 비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일보가 현충일을 앞두고 만난 윤한수 소년병전우회장의 한탄이다. 이제 세상에 남은 소년병들은 80대 중반인데 이들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병역 의무가 없었던 소년들이 국가를 위해 3~4년 동안 한국전쟁에 나가 헌신한 것에 대해 정부가 따뜻한 감사의 말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라고 했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한국전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 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김원봉을 언급하며 “임시정부가 좌우합작을 이뤄 광복군을 창설했다”,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원봉은 1948년 월북 후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 1기 대의원이 됐고, 국가검열상에 오르는 등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북 정권으로부터 ‘6·25 공훈자’로까지 인정받았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말처럼 문 대통령이 구태여 6.25 전사자들이 모셔져 있고, 그 유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할 일인가. 좌우 이념을 떠난 애국을 강조했다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김원봉 발언은 때와 장소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평가다. 소년병들이 15년 넘게 공훈을 인정받지 못해 한 맺힌 호소를 하고 있는데 북한의 6·25 공훈자에 대해 헌사를 한 것은 부적절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야당의 주장을 단순한 이념 공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김원봉의 평가는 통일 이후에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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