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학생 신분으로 참전, 전투·피난민 구호·…12명 생존"

손대익 학도의용군 포항지회 감사가 6일 현충일을 맞아 포항고 호국학도충의탑에서 추념식을 한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학도의용군 예우와 지원의 시작은 단체를 법인으로 인정받는 것부터 입니다.”

6일 제64회 현충일을 맞아 포항고등학교 호국학도충의탑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만난 대한민국학도의용군 포항지회 손대익(87) 감사의 당부다.

포항고에 호국학도충의탑이 세워진 지난 2000년께에는 20명 가량의 학도병 전우들과 함께했지만, 이제 다들 세상을 등지거나 자녀가 있는 다른 도시에 거주해 올해는 손 감사 홀로 고교 학생과 총동창회, 교사 등과 추념식을 올렸다.

그는 6년제 포항중학교 6학년(현재 고3) 때 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친구 10명과 뜻을 모아 학교 측에 입대를 자원했다.

기계·안강전투를 비롯, 인천상륙작전에도 참전해 인민군 사살 및 생포, 무기노획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려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손 감사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1만~2만 명으로 추산되는 학생 신분으로 참전한 의용병인 학도의용군이 전투 및 피난민 구호 등에 나섰다.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현재는 전국적으로 1000명 미만, 포항에는 12명의 학도의용군이 생존해 있다.
손대익 학도의용군 포항지회 감사와 포항고 학생 등이 호국학도충의탑에서 6일 현충일을 맞아 추념식을 가졌다.
하지만 6·25참전유공자회, 상이군경회, 고엽제전우회 등 다른 보훈단체들이 법인(法人·법에 의해 권리 능력이 부여되는 사단과 재단)으로 인정돼 예우와 운영 경비 등 지원도 받고 있지만 학도의용군은 법인체로도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영화 ‘포화속으로’ 배경이 되는 포항여중 전투가 있던 ‘학도의용군의 성지’인 포항은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이 있지만, 서울의 학도의용군 중앙회에 행사 참석차 가보니 번듯한 사무실 하나 없고 더부살이로 다른 건물에 현판만 걸었다가 떼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학도의용군으로 통칭되지만 학생이 자진해서 전투에 참여한 진정한 의미의 학도의용군과 △고향에서 군인 임무를 협조한 학생 △가두모병으로 참여한 학생 △정식 영장을 받고 입영한 학생 등 개념이 혼재하고 있다며 자격 정리부터 명확히 한 후 국가가 학도의용군을 법인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대익 감사는 “물론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만약 6·25 같은 전쟁이 다시 난다면 학도병에 대한 예우와 위상이 이러한데 후배들에게 어떻게 참전과 애국심을 발휘하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왜 싸우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러한 비분강개로 지난 2017년 국가보훈청에 진정을 냈지만 “수많은 임의 단체가 난립해 있어 분열·갈등이 우려됨으로 대표되는 ‘6·25참전유공자회’에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맞고 법인 설립을 허가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는 또 최근 10년 가까이 군부대·학교 등에서 6·25전투 경험 생생한 증언과 국가 안보 중요성을 알리는 안보강사로 활동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마저도 끊겼다고 했다.

손대익 감사는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안보는 가장 중요하다”며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리면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만큼 철저한 안보 대비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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