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가격하락에 농민 속앓이…정부, 발빠른 대책 필요

영천시 신녕면 왕산리 마늘밭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늘 수확을 하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현충일인 6일 오후 영천지역의 마늘 주산지인 신녕면과 화산면 들판은 사람들로 붐볐다.

승용차를 몰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업도로를 달려서 영천시 신녕면에 들어서자 마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늘 수확이 한창인 신녕면 왕산리.

하늘은 흐린데도 불구하고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도 들판에는 마늘을 수확하는 일꾼들로 가득하다.

끝없이 펼쳐진 왕산리 마늘밭에는 경운기로 갈아 놓은 마늘을 터는 사람, 마늘을 잘라 망태기에 담는 인부, 2모작 모심기를 위해 트랙터로 밭을 가는 농민 등이 어울려 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마늘밭 주인 할머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흘려 놓은 마늘들을 주워담으며 뒷마무리를 하면서 한숨을 길게 내쉰다.

이유인즉 외국인들이 소통 부족과 농사일을 잘 몰라 답답한데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

더구나 지금 한창 바쁜 수확철에 결혼이민여성 등 여자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인도네시아, 러시아 출신 남자들을 데리고 일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마을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농민 가족들은 주말이면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자 등 누구 하나 없이 달려와 일손을 돕는다.

김기호 신녕변방범대원이 마늘 이삭줍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다.
마늘 수확이 끝난 밭에 모심기를 하기 위해 트랙터가 밭을 갈고 있다.
마늘 수확이 한창인 왕산리 마늘밭 이곳저곳에서 요란한 호루라기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주인 허락 없이 마늘 이삭 줍는 사람들을 내쫓는 풍경이다.

신녕자율방범대원 김기호 씨는 “이들은 마늘 이삭을 줍는 전문 꾼”이라며 “매년 이맘때면 나타나 피땀 흘려 지은 농민들의 마늘밭을 돌아다니면서 주워가는 얌체족이거나 통째로 훔쳐가는 범죄자들”이라고 흥분했다.

마늘 도난 예방을 위해 영천경찰서 신녕파출소는 자율방범대와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공동체 치안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도로변이나 농로에 현수막 40개를 내걸어 경각심을 주고 있으며, 매일 경찰 4회, 자율방범대 2회씩 마늘밭 순찰돌며 농산물 도난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농민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들어오는 건 몇 푼이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쉰다.

올해는 일조량이 좋고 강수량도 적당해 예년보다 풍년이지만 수확 물량이 예년보다 웃돌아 마늘 값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녕면 완전리 마늘밭에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마늘 수확을 한창하고 있다.
영천시 신녕면 완전리의 한 농민은 “농촌의 고령화로 요즘 10명 중 9명은 외국인 근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마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짓기 힘들다”며 “농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직원한테 월급 주려고 뼈 빠지게 농사를 짓는다’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오간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소비자들의 마늘 소비 감소, 면적 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천지역 마늘 농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수입량 조절 등 발 빠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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