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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그곳에 문화가 있다] 6. 칠곡 왜관전통시장
[전통시장, 그곳에 문화가 있다] 6. 칠곡 왜관전통시장
  • 이재락 시민기자
  • 승인 2019년 06월 09일 19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0일 월요일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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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새겨진 맛난 음식에 어른도 아이도 '새로운 추억'
왜관시장 서쪽 입구.

호국의 고장 칠곡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왜관전통시장은 1930년대부터 형성되어 왔다. 1976년에는 상설시장이 되었고, 2000년대에 이르러 다른 시장처럼 현대화 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왜관’은 조선시대에 일본인들이 무역을 위해 머무르던 곳을 말하는데 칠곡지역에 왜관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칠곡지역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동서 또는 남북을 잇는 길이 추풍령과 죽령 등을 지나려면 칠곡을 거쳐야 했고, 낙동강이 이 지역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어서 수로를 이용한 물자수송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지금도 한반도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칠곡지역 위를 지나가고 있다. 교통 및 인구의 유동이 많으면 당연히 시장의 형성이 활발해지기 마련이다.

왜관시장 풍경.

주차는 시장 근처에 있는 몇 군데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편하다. 1일 최대 4천 원 정도로 저렴하거나, 일요일 및 공휴일은 무료로 주차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는 왜관역과 철길 옆 노상 주차장은 상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왜관전통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오일장과 병행하고 있으며, 장날인 끝자리 1일과 6일이 되면 시장은 평소보다 풍성해지고 활발해진다. 대구와 구미의 근교여서 동네 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도 알려졌다.

어묵가게

루체비스타가 설치된 서쪽 입구에서 중앙 길을 따라 동쪽 입구까지는 약 140m 정도의 거리이고, 이곳이 사람이 제일 많고 붐비는 메인 골목이다. 꽤 넓은 이 골목은 평소에는 차가 다니지만, 장날이 되면 찻길을 막고 가운데 노점들이 들어와서 꽤 북적이는 시장 골목의 비주얼이 된다. 이 골목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뿌리내리듯 시장 골목들이 형성되어 있다. 북쪽에서 남쪽까지의 길이는 약 160m 정도 된다.

태영즉석도너츠

전통시장 먹거리의 대표주자는 즉석도너츠다. 시장의 규모가 크든 작든 즉석도너츠 및 꽈배기를 판매하는 곳은 꼭 있다. 왜관시장에도 즉석도너츠를 판매하는 곳이 몇 군데가 있긴 한데 장날 가판이 아닌 상설매장으로 운영하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가게 앞 쇼케이스에는 무려 7종의 도너츠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모든 항목 3개 1,000원의 가격이어서 가볍게 간식으로 먹기에 더없이 좋다. 사장님도 친절해 이것저것 시장에 대해서 물어보니 잘 대답해주신다.

진땡이국밥

태영도너츠 사장님의 말을 빌리면 왜관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곳은 ‘진땡이국밥’과 ‘한가면옥’이라고 한다. 장날이 아니어도 손님이 늘 북적이는 곳이라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진땡이국밥을 방문한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 반쯤이었다. 그 시간에 빈자리가 없다고 하여 몇 분 정도 웨이팅을 했다면 이 집의 유명세를 알 수 있을듯하다. 좌석 수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 4인용 테이블이 10개 정도 갖춰진 집이다.

진땡이국밥 순대국밥

잘되는 집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밖에서는 사골국물 같은 뽀얀 국물이 바글바글 끓고 있고, 손님이 많은 만큼 끊임없이 순대와 고기를 썰고 있다. 재료의 회전율이 빠르니 신선하고 맛날 수밖에 없다. 국밥을 준비할 때는 뜨거운 국물로 고기를 데치는 토렴을 해서 내어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빈 국밥 그릇이 따뜻한 물에 데워지고 있어서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진땡이국밥 모듬순대

국밥집에 왔으니 국밥을 시켜본다. 보통 ‘다대기’라 부르는 빨간 양념은 기호에 따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엔 손님 성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양념을 국밥에 미리 넣어 두었다. 하지만 때론 ‘내 국밥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어’라고 하는 듯, 손님을 리드하는 맛집만의 내공이 느껴지기도 하다. 40년의 내공이라고 하니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좋다. 모듬순대도 중자를 시켜본다. 토종순대 3종 세트와 간, 허파, 수육까지 썰려져 있어서 한 접시 세팅이 다채롭고 아름답다. 예천 용궁면에서 보았던 막창순대를 여기서 또 보게 될 줄이야. 시장에 오면 조금씩 맛보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미 이곳에서 과식하며 그 계획은 무산된다.

한가면옥

태영도너츠 사장님이 귀띔해준 두 번째 맛집인 한가면옥에도 가본다. 이곳에 방문한 시간은 오후 3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간인데도 손님이 많다. 다행히 줄을 서지는 않았는데 앉아서 먹다 보니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한가면옥 냉면들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각각 7,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푸른빛을 띠는 냉면의 색이 신비롭다. 가지런한 토핑도 돋보이며, 특히 의레 형식적으로 얹어주었던 고명 고기도 식감이 쫄깃하니 남다르다. 가위로 잘라서 면과 함께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뻥튀기

왜관전통시장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들이 산재한 먹거리 천국이다. 어디선가 ‘뻥뻥’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뻥튀기 기계가 쌀과자를 만들어내는 소리다. 공장에서 찍어 납품받는 것이 아닌 즉석에서 만들어서 판매하니 믿음직하다.

파티시에 베이커리의 사라다 고로케

시장에는 빵집도 몇 군데 있는데 입구 가판대에 비주얼 화려한 빵들이 한가득 놓여 있다. 잘 튀긴 고로케빵 사이에 야채를 가득 넣고 마요네즈와 케첩을 버무린 소스를 듬뿍 뿌린 빵으로 흔히들 ‘사라다빵’으로 불리는 빵이다. 요즘 다양한 향미를 가진 소스가 많지만 옛날에는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은 소스가 최고였다. 추억의 맛이다. 거기에 바삭하고 기름진 고로케빵과 그사이에 상큼한 채소가 가득 씹히는 식감과 맛의 조화는 환상이다.

달고나

골목 한 켠에서 ‘추억의 달고나’도 판매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 모양과 묘한 빛깔이 시선을 사로잡은 탓일까. 엄마와 함께 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이걸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요즘엔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진 사탕도 많을 텐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한낱 설탕덩어리일 뿐인데 이게 뭐라고 어릴 때 그렇게 많이 사 먹었던가 싶다. 어릴 적 먹어왔던 도나스는 도넛이 되고, 사라다는 샐러드가 되었다. 전통시장의 매력은 그렇게 추억이 된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일성떡집

그리고 그 추억이 새겨진 음식과 공간을 우리의 아이들이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어른들의 손을 잡고 전통시장을 방문한 아이는 생전 처음으로 순대국밥이라는 것을 먹어보고, 설탕이 무지막지하게 발린 기름투성이의 도나스도 먹어본다. 아무 맛도 없이 달기만 한 달고나를 먹으며 엄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고, 무슨 맛으로 먹는지도 모를 술빵을 뜯으며 아빠와 추억을 공유한다. 전통시장은 그렇게 추억을 대물림하는 곳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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