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경제계·노동계, 부산시에 투자유치 재검토 촉구
"국내 철강업계 생존권 달린 문제"…노·노 갈등도 배제 못해

10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을 비롯해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경영자협회, 한국노총포항지역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항지역본부, 포스코노동조합 관계자가 중국 청산강철 부산 투자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세계 1위 스테인리스스틸(STS)원자재 제조사인 중국 청산강철의 부산지역 투자를 두고, 업계 간 갈등을 넘어 지역갈등과 노·노갈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27일 중국 청산강철이 부산시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 냉연공장 설립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협회 및 STS업계 공동으로 부산시에 백지화 촉구 성명을 냈다.

철강협회와 업계는 이 성명서에서 청산강철그룹의 국내 진출은 국제 무역규제로 인한 열연제품 판로 축소에 대응한 우회수출 거점 및 신규 판매처 확보 의도로 파악되며, 청산강철의 국내 생산 거점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 고사와 실업률 상승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인니산 소재를 가공한 청산강철의 냉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면, 한국은 우회 수출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됨은 물론 및 AD·SG 등 무역 제재 확대의 빌미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500명)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 고용인원 약 5000명) 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 타격이 커 모든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청산강철의 부산 진출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청산강철 합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GTS) 건립을 추진 중인 길산그룹은 철강협회와 스테인리스업계의 주장에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과장하는 부분이 있다”며 곧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길산 측은 지난 30년간 길산파이프를 중심으로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전에 노력해 왔으며, 이번 청산강철 부산공장은 스테인리스 상공정 진출을 위해 청산강철과 50:50의 비율의 공동투자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길산은 그동안 국내 냉연 제조사들의 고가격 정책과 비합리적인 시장운용으로 인해 길산과 같은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및 수출부진·산업기반 해외유출·소재 수입급증을 유발시켰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이번 투자의 직접 고용효과는 500명 정도지만 관련 유통·제조·수입/수출·국내물류 등의 간접 고용인원을 포함하면 약 2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10일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포항철강관리공단 등 경제계와 지역 노동계 대표들은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의 청산강철 국내투자유치 반대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금도 중국 등 저가 수입산 냉연강판이 국내 수요의 40%나 잠식한 상황에서 청산강철이 국내 진출시 저가열연 사용과 부산시의 세제혜택을 무기로 냉연제품을 대량 판매할 경우 전체 국내 수요 잠식이 우려된다”며 “결국 신규투자에 따른 고용창출 500명보다 10배나 많은 국내 동종업계 근로자 5000 명의 대량 실직 등으로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부산시의 청산강철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국가경제 차원의 국익을 우선 고려해 중앙정부에서 앞장서서 중재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청산강철 부산투자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도 같은 입장을 밝혀 자칫 청산강철 부산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노·노갈등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 금소노조포스코지회는 지난달 31일 ‘중국 청산강철 국내 냉연공장 투자 관련 지회 입장문’을 통해 “청산강철그룹의 부산 냉연공장 시설은 국내 철강업계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노사 협력을 통해 공동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지회는 청산강철 국내 진출 시 이미 과공급 상태인 STS시장에 연산 60만t이 추가될 경우 연간 146만t의 공급과잉현상이 발생하는 데다 청산강철의 국내 STS시장 잠식으로 국내 동종업계 가동중단에 따른 실직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포스코지회는 부산시에 청산강철 부산공장 투자건 검토 백지화를 촉구하는 한편 금속노조 중앙 및 철강업계와 연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10일 열린 성명서 발표에서 한국노총 역시 포항지역지부(의장 정천균)·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항지역본부(의장 정상준)·포스코노동조합(위원장 김인철)등이 동참해 뜻을 같이 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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