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한국당 무책임한 반대"…황교안 "좌파경제폭정에 위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패스트트랙 법안의 사과·철회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여야는 협상을 접고 국회 파행의 책임 공방만 주고받는 형국이다.

특히 여권이 정상화 협상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돼온 6월 첫째 주를 넘기면서까지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6월 임시국회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은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민생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회에 할 일이 많이 쌓여 있는데 제1야당의 무책임한 반대로 국회 문을 못 열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배짱부리기를 멈추고 조속히 국회 정상화의 길로 나와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고통을 겪는 국민과 기업들이 추경을 기다리는데도 외면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모르겠다”고 가세했다.

당정청은 이날 회의에서 늦어도 7월 중 추경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 초 국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여권은 타이밍이 생명인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도 47일째 표류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리가 가장 늦은 사례로 기록됐다. 2017년과 2018년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후 본회의 통과까지 각각 45일이 걸렸다.

민주당은 추경에 더해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6월 국회 단독 소집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익’이 없다는 기류도 강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당 몫이라 국회를 열어도 추경 처리는 못 하고 각종 상임위원회가 야당의 대여 공세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을 고리로 청와대가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한국당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경제 폭정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세계 경제 탓, 야당 탓, 추경 탓 그만하고 경제정책 대전환을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실패, 포퓰리즘 정책 실패, 반기업 정책 실패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인정하거나 반성하거나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대외여건 탓, 야당 탓, 추경 탓을 한다”고 비판했다.

여권이 민생 추경을 강조하며 국회 복귀를 압박하자 한국당은 경기 부양이 아닌 ‘총선용 추경’이라 맞받으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 혈세를 총선용으로 살포하겠다는 눈먼 돈 추경 ‘김제동 추경’”이라며 “그 세부적인 내용조차 경기 부양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고액 강연료 논란이 된 방송인 김제동 씨의 대전 대덕구 주최 청소년 아카데미 강연료 1550만 원에 빗댄 발언이었다.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를 자처한 바른미래당은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회 정상화 협상이 마지막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힘겨루기 반복되는 상황이 심히 유감”이라며 “양당의 태도를 보면 6월 국회 파행도 불사할 기세인데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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