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4시간 지정 정신의료기관 11곳 중 포항·경주 2곳뿐
병상 확보돼도 외·내과전문의 없어 입원 불가능해 '외지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응급입원’ 조치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사각지대가 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북도를 통틀어 주·야간, 주말·공휴일 상관없이 응급입원이 가능한 종합병원은 2곳밖에 없었고, 외·내상 등 질병을 가진 정신질환자의 경우 정신전문의료기관에 응급입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오전 7시 49분께 포항시 남구 해도동 대해시장 앞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A(39)씨가 경찰에 제압됐다.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속옷만 입은 채 오른쪽 손목에 상당량의 피를 흘리며 도로 중앙선 위에 서 있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수일 전부터 조현병약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가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난동을 부리는 점 등에 미뤄 자·타인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응급입원을 결정했다.

A씨의 응급처치를 마친 경찰은 포항과 인근 경주지역의 지정정신의료기관 14곳에 전화를 돌려 A씨의 응급입원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14곳 모두 남는 병상이 없거나 정신재활시설의 경우 A씨의 염증 수치가 높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어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했다.

신고 후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 10분께 경찰은 포항남구보건소의 협조를 받아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가까스로 A씨를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난동을 부리며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고 위협했던 60대·30대 모자 또한 조사 과정에서 조현병 이력이 확인돼 응급입원을 시도했으나, A씨와 비슷한 이유로 응급입원이 불가능했다.

당시 경찰은 울산시 울주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순찰차는 관할 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규정과 장거리 이송 시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이유로 3시간가량 파출소에서 이들을 진정시킨 뒤 귀가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응급입원이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을 때 의사와 경찰관 각 1명의 동의를 받아 3일 간(공휴일 제외) 정신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제도다.

경북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내 주·야간 모두 응급입원이 가능한 정신 의료기관은 총 11곳.

이 중 정신과 진료를 비롯해 내·외과 등 다른 질병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종합병원은 포항과 문경에 각각 위치한 병원 2곳에 불과하다.

최근 경남 진주시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 외에도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응급입원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찰과 보건당국은 여전히 응급입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헤매는 실정이다.

만약 병상이 확보되더라도, A씨처럼 외상을 입은 경우 외·내과 전문의가 없어 치료가 불가능해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없다.

또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자 역시 응급입원이 안되는 등 곳곳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입원 및 보호자 인계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명확한 업무구분 및 보호조치 인력, 장소 등이 명시된 매뉴얼이 전혀 없어 업무 혼선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2∼3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파출소의 경우 한번 출동하고 나면 그동안 걸려오는 112신고 전화는 받을 수조차 없어 빠른 초동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지난 3일부터 경찰서 자체적으로 응급입원, 보호자 인계를 담당하는 ‘보호업무 전담 인력풀’을 구성해 상황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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