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저편
빨랫줄 저편
  • 장정욱
  • 승인 2019년 06월 12일 16시 2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3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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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죄목이었다

젖은 아이를 안고
무지개가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아이의 입이 지워졌다

울음을 모르는 입에서 / 뚝뚝

이승의 끝과 끝이
파르르 떨렸다

환청의 기저귀를 채우고
빈 젖을 물리고

젖지 않는 오줌
아물지 않는 배꼽

무지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세워
높이 / 아이를 널었다




<감상> 너무 착해서 일찍 죽는다고 하니, 저승 가는 길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아이가 가는 길은 무지개가 이어지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했으면 합니다. 구석기시대 동굴에도 어린 아이의 무덤 맡에는 진달래꽃가루가 아직 남아 있었다죠. 4만 년 전에 꽃으로 슬픔을 달래었다면, 시의 화자는 무지개로 슬픔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슬픔이 이승의 끝에서 파르르 떨립니다. 무지개가 만발한 길이 사라질까 봐 화자는 바지랑대를 세워 길을 곧게 폅니다. 아이는 저승에서 물풍선으로 무지개를 띄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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