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진식에게는 원방과 계방이라는 아들들이 있었다. 하루는 손자들이 진식을 찾아와 원방과 계방 중에 누가 더 훌륭한지를 물었다. 진식은 어느 한쪽 편을 든다면 다른 한쪽이 상처를 받게 될 것 같아 신중하게 대답했다. “너희들의 아버지는 인품으로나 학식으로나 형을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우를 아우라 하기도 어렵구나.” 결국 진식은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할 때 쓰는 ‘난형난제(難兄難弟)’ 고사다.

중국 고사에 쓰인 ‘형제’는 조선중기 이전까지 문헌에 한 배에서 났다고 해서 ‘동생(同生)’이라하고, 형(兄)을 ‘동생형(同生兄)’, 제(弟)를 ‘동생제(同生弟)’로 표기했다. 그 뒤부터 줄여서 ‘형’이나 ‘제’로 사용하게 됐다. ‘형(兄)’이란 단어는 친족 호칭으로 쓰지만 사회적 호칭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상대방의 성씨 또는 이름과 함께 ‘○형’, ‘○○형’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새로운 사회적 호칭으로 ‘막내형’이 등장했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막내형’으로 불리는 이강인의 별명이다. 나이로는 막내지만 팀 내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데다 맏형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한 인터뷰에서 “형들한테 어떤 부탁을 하면 저한테 맨날 ‘네, 강인이형’한다.”고 했다. 이강인은 무엇보다 뛰어난 경기력과 강인한 정신력,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애국가를 열창하는 애국심까지 막내지만 형 같은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원팀’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나이가 더 많은 형들이 이강인을 ‘막내형’, ‘동생형’ 한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황금의 왼발’이란 별명도 있다. 이강인은 감각적인 킥과 자로 잰듯한 공간침투 패스로 이번 폴란드 대회 준결승전까지 1골 4도움을 기록해 유력한 ‘골든볼 후보’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큰일(?)을 내서 2005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2007년 역시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아구에로, 2013년 프랑스의 폴 포그바의 뒤를 잇기는 걸출한 스타의 반열에 오르길 바란다. 막내형! 이강인, 16일 새벽 1시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려라.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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