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홍문종 탈당 시사…친박계 "탄핵 책임 기준 모호"
물갈이설 중심에 선 영남권 "공천내홍 겪으면 선거 필패"…지지자 "혁신없이 미래없어"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 공천룰 정비에 시동을 걸자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공천룰을 논의하는 신(新)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20대 총선 공천 실패 책임론 등을 거론하자 일부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탈당설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20대 총선 공천 후유증 등을 거론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표적인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주말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당의 기천명 평당원들이 여러분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며 대한애국당으로의 탈당을 시사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 역시 “탄핵에 대한 책임 기준 등이 애매모호하며, 당 입장도 명확하지 않다”며 신 정치혁신특별위원회의 공천 배제·불이익 움직임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현역의원‘대폭 물갈이설’의 중심에 있는 경북·대구(TK)를 비롯한 영남권 의원들은 “공천으로 내홍을 겪으면 선거패배는 불보듯 뻔하다”며 “아무 문제가 없는 생사람을 도려내기 시작하면 민심이 흔들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처럼 명확한 공천룰이 정해지지도 않고 총선도 10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자 한국당의 변신을 기대하는 다수의 지지자들은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번 기회에 당 혁신과 개혁을 보여주지 못하면 한국당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또, “‘보수 궤멸’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던 친박계가 반성은커녕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당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지지도가 조금 오른 것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만약 인적 개혁도 없는 예전의 행태를 반복하면 민심은 영원히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보수성향의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일부 민심이 조금씩 이탈한다고 해서 그들이 한국당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눈높이 맞는 인적청산과 뼈를 깎는 당 혁신(개혁)이 없으면 한국당은 영원히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황교안 대표가 대정부 투쟁과 민생대장정 등을 통해 전국을 돌며 대선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대적인 인적 혁신이 없으면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며 “(그럴 경우)내년 총선은 이길 수 있어도 대선에는 100%로 패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사람이 아닌 정치 신념이 뚜렷하고 지역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로 과감한 총선 물갈이를 해야만 당도 살고 중도보수도 결집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내년 총선과 관련해 경북·대구지역에서는 “보수가 다시 살아나려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친박계는 물론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이 황 대표에게 ‘나를 밟고 일어서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특히, 한국당의 지지세가 강한 경북·대구지역부터 꽃길만 걸어온 현역들의 70% 이상 물갈이를 통해 혁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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