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인원보다 많은 경력 동원 반대주민 체포·연행·해산시켜
한전과 경력지원 일정 등 공조…정상범위 벗어난 정보활동도
경찰 채증활동규칙 개정 권고

2013년 경남 밀양시와 경북 청도군에서 발생한 송전탑 건설 반대시위를 놓고 경찰 진압이 지나쳤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송전탑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보고, 송전탑 건설에 방해되는 활동을 과도하게 진압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정부가 경북 청도군 풍각·각북 2개면에 북경남변전소에서 바로 이어지는 345㎸급 송전선로를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건강권 및 재산권 침해 문제를 들어 강하게 반대한 사건이다. 이후 밀양시민 10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에서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이 중 5명은 3·1절 특별사면 대상자가 됐다.

진상조사위는 경찰 대응이 최소침해 등 비례원칙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특히 송전탑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보고 건설에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주민들을 경찰의 정보력, 물리력을 동원해 차단하려고 했다는 의견이다. 당시 정부는 송전탑 건설 사업이 이행되지 않으면 지역 전기수급 차질이 크다는 대의명분을 제시했다.

경찰은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공사재개 이후 △경력지원 일정 △투입 인원수 및 배치 △차량통제 방안까지 협의할 정도로 공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의 공사재개 및 행정대집행 뒤 경찰은 농성하는 사람들보다 수십배가 많은 경력을 동원하여 반대주민을 체포·연행하고 해산시켜 송전탑 공사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결론이다.

진상조사위는 2014년 6월 행정대집행 때 경찰은 주민들이 있는 움막의 천막을 찢고,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어내며 농성 주민들의 안전을 충분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경찰의 이러한 대응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제2항, 필요 최소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 및 경찰법 제4조 공정·중립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시위 전후에 정보경찰도 주민들에 대해 일상적 채증, 불법사찰·특별관리·회유를 수단으로 정상적인 업무범위를 벗어난 정보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경찰의 채증을 위한 촬영행위가 국민의 기본권 제약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진행 중인 불법행위의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을 때만 허용될 수 있도록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을 개정해야 하다”고 권고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