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데스크칼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 이종욱 정경부장
  • 승인 2019년 06월 16일 16시 1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7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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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정경부장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내 산업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철강업계가 된서리를 맞았다.

철광석과 원료탄을 정제한 뒤 용광로에서 1500℃가 넘는 초고온으로 오랜 시간 가열해야만 쇳물이 만들어 지고, 이 쇳물을 또다시 여러 차례 가공해야만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철강제품으로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은 가히 천문학적이고, 모든 공정이 초고온상태에서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부생 가스가 발생해 대기환경오염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올 초 용광로 정비를 위해 송풍을 중단할 경우 우려되는 폭발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개 용광로 상층부에 설치된 안전밸브(Bleeder·블리더) 무단개방이 문제가 됐다.

행정당국은 대기환경보전법 상 허가받지 않은 행위라는 이유로 조업정지 10일이라는 행정처분 카드를 내밀었고, 철강업계는 해당법상 단서조항의 폭발 등 안전사고 예방조치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용광로 특성상 5일 이상 조업을 정지할 경우 쇳물이 굳어버려 재조업에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지금까지의 철강기술력으로는 블리더를 개방하지 않고 정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대안을 호소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주장이 사실이고, 행정당국이 행정처분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사실상 막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눈을 돌려 수년 전으로 돌아가면 미세먼지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시키는 한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켰다.

얼핏 보면 훌륭한 정책인 듯하지만 이는 국가 산업의 생명줄을 위협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산업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경쟁력중 하나가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공급이었고, 이는 고효율의 전기생산이 가능한 원전과 화력발전소가 있었던 덕분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둘을 모두 제한하는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국회의원(경기도 화성을)은 지난 2017년 국내 고속도로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원전 1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고속도로 유휴부지가 서울 여의도 면적의 3000배에 이른다고 하니 국내 전기생산설비의 20%를 차지하는 원전과 32%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고 태양열로 전환하면 나라 전체가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뀐다는 의미다. 발상은 훌륭하지만 에너지 다소비 산업국가인 우리나라에 있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앞서 밝혔지만 부존자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제는 오로지 산업생산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사실상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환경과 안전을 볼모로 그 생명줄을 잡아당기고 있는 셈이며, 이번 철강업계 용광로 블리더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생명의 위협하는 대기환경 보전이 중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 국가 경쟁을 이끌어 온 산업생산력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다, 못한다’의 제로섬식 선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솔로몬의 지혜다.

즉 행정당국은 대기환경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되 부득이한 상황에 대해서는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고, 업체는 보다 적극적인 환경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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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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