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과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의 아름다운 동행이 준우승 신화로 마무리됐다. 정정용 리더십이 미완으로 남은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정 감독은 다양한 전술과 용병술로 한국 남자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인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끌어내 ‘원팀’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했다.

정 감독은 예선 2차전 남아공전을 시작으로 결승 진출까지 매 경기 보여준 마법 같은 용병술로 선수들과 깊이 교감했다. 고비였던 16강 한일전에선 초반 양 측면 윙백까지 철저하게 내려 5-3-2를 유지하며 일본의 강력한 패스 플레이가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다. 만약 일본전에서 먼저 실점했다면, 한일전 승리와 더 나아가 결승 진출이 좌절됐을 수도 있었다. 또한 상대 팀의 전력과 상황에 따른 선수의 기용, 전술 변화로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이미 7개월 전부터 선수들에게 ‘전술 노트’를 만들어서 줬다. 이 때문에 정정용호는 U-20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술 이해와 작전 적응이 가능했다.

정 감독은 또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줬다. 어린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이들과 함께 호흡했다. 선수들의 자유를 존중해주며 이들의 에너지를 이끌었다. 선수들이 라커룸 등에서 음악을 틀거나 노래를 부를 때도 ‘안돼’라 지시하지 않았다. 자칫 집중력을 해칠 수 있지만 선수들을 믿고 지켜봐 준 것이다.

정 감독은 준우승 메달을 받은 뒤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곤 이지솔과 김현우의 뒤에 가서 아빠와 아들이 교감하듯 뒤에서 꽉 끌어안아 주었다. 두 선수도 스스럼 없이 그런 정 감독에게 눈을 감고 말없이 기댔다. 이렇게 정 감독은 선수들과 친근하게 교감했고, 선수들 역시 그런 감독을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

정 감독이 이번 경기를 통해 보여 준 리더십은 ‘신뢰와 교감의 리더십’이었다. 세대간 간극이 큰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의 소통 방식에 적잖은 시사점을 주는 정 감독의 리더십이다. 정 감독의 말처럼 ‘정정용 리더십은’ “준우승을 했지만, 우승이란 게 아직 남아 있는” 미완의 리더십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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