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 '마약 마케팅' 심각…자녀들에게 긍정 인식 각인 우려
'사용금지' 靑 국민청원에도 올라

“엄마, 마약은 어디서 살 수 있어요?”

A(38·여)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딸의 황당한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딸과 함께 찾은 분식점에서 ‘마약 옥수수’를 먹던 아이가 “마약만 넣으면 음식이 맛있어지는데, 왜 슈퍼마켓에는 마약을 팔지 않느냐”고 질문했기 때문.

A씨는 중독될 만큼 맛있거나 편안하다는 뜻 정도로 많은 음식, 생활필수품 앞에 붙은 ‘마약’이라는 이름이 어린 딸아이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점을 깨닫고 마약의 위해성에 대해 서둘러 설명했다.

그녀는 “유행처럼 ‘마약’ 상품들이 생활 곳곳에 번져 나도 모르게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마약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학생들과 어린이들의 경우 마약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약’이 당연한 듯 국민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마약 옥수수 외에도 마약 김밥, 마약 베개, 마약 이불 등 ‘마약’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버닝썬 사태’로 ‘물뽕’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끌며 ‘물뽕 물회’, ‘물뽕 치킨’까지 판매 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마약이라는 단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제품명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 ‘식음료 및 제품광고에 마약 단어 사용 제한’ 등을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청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마약’ 관련 용어가 들어간 상표에 대해선 상표 등록을 거절하고 있지만 이미 등록된 상표를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특허청 관계자는 “유효기간 만료로 인해 상표 갱신을 하더라도 실질 심사를 하지 않아 기존 상표는 그대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상표 관련 권리 분쟁 등 상표법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기존에 등록된 상표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상호는 별도의 규제 자체가 없다.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되는 상표와 달리 상호는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 후 신청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단속 가능한 법 규정이 없어 ‘마약’이 들어간 상호를 바꾸도록 강제할 방법 또한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 빵, 마약 김밥 등 일상에서 마약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사용될 만큼 용어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젊은 층이 선망하는 대상인 연예인들의 마약 문제가 불거지며 마약을 몸에 해로운 게 아닌 특별한 물질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마약’ 제품을 접하면 성인이 돼서도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고 호감도가 높을 수 있다”면서 “마약 단어 사용 근절을 위한 캠페인 등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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