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새를 놓을 때
나무가 새를 놓을 때
  • 심언주
  • 승인 2019년 06월 17일 16시 2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8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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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와 날개 사이에 새가 끼어 있다
새는 날개와 날개 사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날개는 새에게 너무 큰 매듭이다
날아오를 때 날개는 새를 부풀린다
날개는 새를 마음대로 여닫는다
날아가는 것도 부딪치는 것도 날개가 선택한다
날개가 팽팽히 새를 당겨
새는 곧 양분될 듯하다
하늘과 땅 한가운데 끼어
새들이 펄럭인다
하늘로 가라앉으며 구명 신호를 보낸다


<감상> 날개가 새를 팽팽하게 당기면 새는 양분될 수 있을까요. 날개 사이에 새가 존재하고, 날개 사이를 새가 빠져 나오지 못하므로 둘은 양분될 수 없을 겁니다. 날개가 새를 마음대로 여닫고 날아가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새의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새라고 부르는 순간, 날개가 전부라고 생각지 맙시다. 하나의 사물에 주체와 대상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늘과 땅 가운데에 펄럭이는 새들이 개체들(새와 날개)로 분리된다면 아마 구명신호를 보낼 것 같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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